<사설>살얼음 걸을 하반기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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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대 총선이 끝나면서 우리 경제의 하강(下降)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짐작이 널리 퍼져 왔다.지금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 쪽의 수치를 보면 아직은 우려 일변도로 판단할만큼 비관적이진 않다.자동차는 연초의 목표대로 굴러가고 있으나 최근의 노사분규로 약간의 차질이 예상된다.조선은 아직까지는 청신호.기계.가전.반도체는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오직 철강제품만이 확실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한마디로 주력업종이 모두 마음놓을 수 없는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움직임을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작 걱정은 국제수지 쪽에서 두드러지고 있다.올 경상수지적자는 60억달러 예상의 거의 2배가 되는 1백10억달러 선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또 물가도 낙관을 불허한다.4.
5% 예상을 4.8%로 수정해야 한다는게 정부당국 자의 말이다.재경원이나 청와대는 경제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면서 하반기 운용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말한다.
주력업종이 크게 나쁜 것도 아닌데 총체적인 경제불안을 걱정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다시 말해 물가불안이 예상되면 경제주체들은 저축보다 지금 소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 표로 잡고 있는데 원화의 대(對)달러환율이 폭등한다면 그것도 합리적 소비를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단지 원화가치 하락이 장기적 추세로 이어지면 불리한 수출여건은 좀 개선될 수 있다.그러나 장기적으로 그것이 우리 경제에 플러스가 될까.정부나 기업은 일희일비(一喜一悲)의 판단과 대책보다 일관성 있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대증요법 보다 수출기반을공고히 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기본적 입장을 택했다면 그 노선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저비용.고효율 구조로의 이행이 보다강도높게 추진돼야 한다.아울러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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