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盲人摸象-장님 코끼리 만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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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사람의 처세(處世)엔 대체로 세가지 유형(類型)이 있다.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 남의 말에 쉽게 따르는 사람,또 이둘의 절충형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첫번 째 유형이다.
이런 사람은 독선(獨善)과 아집(我執)이 강해 대화(對話)나타협(妥協)이 곤란하다.
분명히 시비우열(是非優劣)이 드러나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자기 위주의 상황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불가(佛家)에서는 이런 인간의 오류(誤謬)를 깨우치고 있다.
중생(衆生)들이 도무지 불성(佛性)은 파악하지 못한 채 다들장님 코끼리 만지듯 제멋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옛날 인도의 한 왕이 대신(大臣)을 시켜 코끼리 한 마리를 가져오게 한뒤 장님들에게 만져보도록 했다.그런 다음 어떤 모양이었는지 물었다.장님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
이빨을 만진 이는 무,귀를 만진 이는 키(箕)처럼 생겼다고 했으며 다리를 만진 이는 절굿공이,등을 만진 이는 평상(平床)같이 생겼다고 했다.
또 배를 만졌던 장님은 장독,꼬리를 만진 이는 새끼줄처럼 생겼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장님뿐이겠는가.정상적인 사람도 너무 자기의 주견(主見)에만 얽매인 나머지 오류를 범하는 수가 많다.
남의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공존공생(共存共生)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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