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나가는 산소 지구 자기장이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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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산소와 수소, 헬륨 등의 이온이 지구 대기권에서 우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도. [유럽우주국 제공]

지구의 대기는 끊임없이 우주로 새 나가고 있다. 대신 지구의 ‘화학공장’인 외핵에서 산소를 포함한 공기를 만들어 보충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구 대기가 지구 중력장과 자기장을 벗어나 우주로 빠져나가는 물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었다.

유럽우주국(ESA)은 4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클러스터 위성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 자기장이 극지방에서 산소와 수소, 헬륨의 ‘탈출’을 가속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최근 발표했다. 클러스터 위성은 극지방 상공 3만~6만4000㎞를 비행하면서 2001~2003년 동안 이들 원소 이온의 누출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스웨덴 우주물리학연구소의 한스 닐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금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왔었다. 클러스터 위성은 태양풍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2000년 발사된 것으로 1차 임무 기간은 2001~2005년이었으며, 현재 2009년까지 연장해 활동하고 있다.

클러스터 위성은 극지방 상공 우주로 빠져나간, 산소 등 원자들의 이온 빔을 추적했다. 물론 이온 빔이 발견될 때마다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온들이 지구 자기장 방향의 변화에 따라 가속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자기장이 산소 등 대기 이온들의 누출을 촉진했다.

그렇다고 지구 밖으로 빠져나간 대기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지구 자기장에 걸려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부메랑 효과와 비슷하다.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을 따라 흘러 들어오면서 지구 대기와 충돌해 오로라를 만드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과학자들은 그 이전까지는 지구 자기장이 단지 태양풍을 타고 날아온 입자들로만 가득 차 있는 줄 알았다. 그 입자들은 태양으로부터 온 것들로 지구 대기권 바깥쪽에 거대한 쿠션을 만들어 태양풍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 지구 대기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지구 대기가 극지방에서 이처럼 빠져나간다고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지구 대기의 양에 비해 극소량이 빠져나가고, 땅속에서 또 새로운 공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닐슨 박사는 “이번 연구가 태양풍과 지구 대기의 상호 작용에 대해 극히 일부를 알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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