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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0대 미혼모 위한 사회적 안전망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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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대선 판이 때아닌 10대 임신 문제로 시끄럽다. 공화당의 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17세짜리 고교생 딸이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페일린 주지사는 딸이 남자친구와 결혼한 뒤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딸의 출산 결정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학교에서 피임법 등 성교육을 실시하는 데 반대해온 공화당에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해마다 수십만 명의 10대 소녀가 혼전 임신과 출산을 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남의 나라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19세 소녀 1000명당 2.3명이 출산했다. 공식 통계만 봐도 10대 미혼모가 한 해 3500명 가까이 발생한 것이다. 임신을 하는 소녀 중 아기를 낳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낙태하는 점을 고려하면 10대의 성문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정과 각급 학교에서 남녀 학생에게 ‘책임 있는 성’을 가르치는 예방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10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 19세 이하 미혼모의 71.4%가 임신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녀들 대부분은 출산 이후 학업을 계속하기 원하지만 학교에서 자퇴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학업을 마치지 못할 경우 실업과 빈곤으로 이어져 자녀들마저 사회의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신 후에도 10대 소녀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게 갖가지 상담 및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한 입양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10대 미혼모가 출산한 아이들의 약 80%가 입양되며, 이 중 상당수가 해외로 간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포용해 잘 길러낸다면 저출산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