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O 방식의 M&A는 업무상 배임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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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일합섬 인수 과정에서의 배임 혐의로 동양메이저 추연우 부사장이 지난달 구속된 데 이어 검찰이 3일 동양 현재현 회장까지 소환조사하면서 차입인수(LBO·레버리지 바이아웃) 방식의 인수합병(M&A)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동양메이저가 지난해 피인수 기업(한일합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한일합섬을 인수한 것은 피인수 기업에 위험을 떠넘기는 LBO 방식”이라며 업무상 배임죄를 들이댔다. 앞서 대법원도 LBO 방식으로 건설회사 신한을 인수한 김모씨에게 업무상 배임죄 판결을 내리는 등 법조계는 최근 LBO를 불법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LBO는 외국에선 일반적인 M&A 방식”이라며 “게다가 검찰의 잣대도 모호하다”며 반발한다. 동양은 아예 “한일합섬 인수는 LBO 방식도 아니다”며 “검찰의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LBO란 기업 인수자금을 마련할 때 피인수 기업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차입금의 직접적인 상환 부담이 상당 부분 피인수 기업에 넘어가게 된다. 인수자가 피인수 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주지 않고 피인수 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피인수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실제로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 때 들어간 인수대금 1조7100억원 중 실제 이랜드가 부담한 인수비용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LBO 방식을 쓰면 새우가 고래를 먹듯이 자기자본 없이 덩치 큰 기업을 삼킬 수 있는 M&A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담보 제공에 관해 피인수 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 승인이 있고, 인수자 자신뿐 아니라 피인수 회사에 동시 이익이 있더라도 배임으로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동양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유진의 하이마트 인수 등 대부분의 굵직한 인수합병이 사실상 LBO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M&A 전문가는 “최근 법조계의 잣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인수합병도 대부분 불법성을 띠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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