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구속사태 빚은 증권감독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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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백원구(白源九)전원장에 이어 2명의 임직원이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증권감독원은 창립 20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증감원 직원들은 『이번 기회에 창립이래 한번도 걸러지지 않았던 부조리를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서부터『몇사람 때문에 전체가 손가락질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 사건으로 임원들 대부분이 옷을 벗게 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태와 관련,『과거 정부부처나 공기업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증감원처럼 초토화된 적이 있느냐』며 검찰이 힘없는 기관을 너무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비 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서 증감원 내부에선 비리연루 임직원들의 구속과 사표제출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뒤따를 대대적인 후속인사로술렁이는 등 묘한 기류도 흐르고 있다.
이번 증감원 비리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임원은 안문택(安文宅)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단 1명.나머지는 검찰에 구속됐거나 사표를 제출한 상태로 증감원 수뇌부가 전멸 직전에 놓여 있다. 여기에 기관통보된 6명중 상당수가 면직될 것으로 보이는데이들은 임원 2명을 포함해 국장 3명,과장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관통보자 전원이 옷을 벗을 경우 국장급 이상 26개 자리 가운데 10개정도는 자리가 비어 인사태풍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와 관련,박청부(朴淸夫)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부원장을 제외하고 부원장보는 가급적 내부인사로 채우겠다』고 말해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예고했다.그러나 그간의 임원인사 관행으로 미뤄 1~2명은 「낙하산」이 있을 수 있다는 회의 적인 견해도있다.사의를 표명한 이근수(李根洙)부원장의 후임엔 재정경제원의L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朴원장은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감원 비리의 재발방지 차원에서 감사실조직을 강화,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원장이 앞장서 외압이나 청탁을 철저히 배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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