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銃筒' 사기극 의문투성이 결정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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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제의 「귀함별황자총통」은 92년 8월18일 인양,사흘만인 21일 바로 국보지정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졸속지정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이 사기사건의 공범 혐의를 받는 조성도 당시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은 8월20일에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해군본부측은 이날로 국보지정 신청을 했다.문화재 관리국은 20일에 감정조사를 벌인뒤 다음날인 21일 문화재위원회에서 이 를 가결했다.당시 문화재위원이던 황수영 전 동국대총장은 『총통은 우선 청와대에 가져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해사박물관으로 도로 내려가는 길에 문화재위원회에 잠시 공개됐다』고 말하고 『별다른 이의제기나 토의없이 몇분만에 바로 의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통상 국보지정이 1~2개월 이상의 검토기간을 거쳐 이뤄지는데 비해 엄청난 초스피드였던 셈이다.
당시 이에대한 보고서를 냈던 이강칠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전마사회 박물관장)과 문화재관리국의 입장은 동일하다.
『해군공식기구인 「충무공 해저유물조사단」이 인양했고 임진란사연구 전문가인 조성도 해사 박물관장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진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으며 형태와 총포에 새겨진 주조연대로 보아 조금도 의문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 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참석했던 또다른 문화재위원은 『이미 공식발표가 나있는 상태라 진품여부에 대한 의심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회 2분과위원 7명은 서지학이나 회화.불상.탑 등이 전공이지 무기류 관계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문화재위원회 구성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들은 당시 육사박물관장을 역임한 무기류 전문가인 이강칠 문화재전문위원을 믿었고 李전문위원은 앞서 밝힌대로 해군측을믿었다는 말이다.
한편 문제의 총통은 다른 총통과의 성분비교에서도 의문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문화재관리국 보존과학연구실은 92년12월 이 총통과 육군사관학교 소장 황자별자총통,진주박물관 소장 현자총통의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두 총통에선 강도를 약화시키는 불순물인 아연성분이 0.05% 안팎 나온 반면 문제의 총통에서는 8%나 검출됐다. 김동현 보존과학연구실장은 『성분차이가 크게 나는 점은 의심스러웠지만 가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리국은 국보 274호로 지정된 이 유물의 정밀 재조사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이후로 미루고 있다.
진위감정에는 발굴경위가 중요한 몫을 하는데 수배중인 신휴철씨가 유물을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가에 관한 조사결과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형태.성분등의 정밀 재감정이 더해져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고미술업계에서는 『올것이 왔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고미술업계에서 20여년간 활동해온 K(53)씨는 『 수배된申씨는 철물로 된 가짜 고미술품의 제조.유통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도자기.서화등 분야별로 가짜를 생산. 유통시키는 조직이 암약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실정』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들이 만든 가짜는 매우 정교해 국립박물관의 소장품중에도 이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는 말도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미술품의 유통 전반을 대수술 해야 선량한 고미술상과 수요자들이 보호받고 고미술업계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선.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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