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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펜화기행] 지금은 사라진 정조임금 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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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열고관과 개유와, 종이에 먹펜, 36X48cm, 2008

펜화로 그린 복원도를 보고 “상상으로 그립니까”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진을 보고 그립니다. 문헌에 기록은 있으나 실물이나 사진이 없는 경우 전문가 고증을 받아 복원도를 그린 경우가 있습니다. 특별주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에 연재한 그림은 모두 옛 흑백사진을 기초로 그린 것입니다. 힘든 점은 흑백 사진의 특성상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이럴 경우 컴퓨터에 올려놓고 밝기 조정을 하기도 하고, 같은 시기에 지은 다른 건물 사진에서 찾기도 합니다. 훼손된 부분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넣습니다. 복원도에는 세밀한 부분이 잘 보이도록 밝기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필요 없이 가리는 것이 있으면 삭제하기도 합니다.

창덕궁 안정열 소장에게서 귀중한 자료를 받았습니다. 정조가 공부하던 서재인 개유와(皆有窩)와 열고관(閱古觀) 사진입니다. 창덕궁 후원 부용지 연못 북쪽에는 큰 서고인 규장각이 있었고 연못 남쪽 언덕에 중국책을 보관하던 열고관이 있었습니다. 열고관은 아래, 위층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진짜 2층으로 당시에는 보기 드문 건물이었습니다. 법주사 팔상전이 5층, 금산사 미륵전과 화순 쌍봉사 대웅전이 3층, 화엄사 각황전 등이 2층입니다만 외부만 중층이고 내부는 위까지 터진 통층 건물입니다.

1928년에 찍은 유리건판 사진이니 열고관은 그 후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서고인 열고관 2층 창은 들어열개문으로 만들어 통풍이 좋게 하였고, 처마를 길게 해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2층 밖으로 마루를 덧붙이고 계자각 난간을 달았습니다. 마루를 받치는 낙양각도 크고 화려합니다. 세부 디테일은 같은 시기에 지은 규장각 건물을 참고하였습니다. 서재인 개유와에 수입도서 서고를 붙여 지은 것을 보면 정조의 학구열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이 됩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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