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제5번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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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의 제4백70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이날 공연에서는 92년 광복절 경축음악회에서 초연된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제5번 「한국」』수정판이연주됐다.우리 민요 『새야 새야』의 선율이 나머 지 부분과 잘어울리지 않는다는 초연 당시의 반응을 의식한 듯 민요를 베베른식의 「음색선율」로 처리하는 등 일부를 보완한 흔적이 보였지만전체적으로 볼 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행사용 음악이 두번 다시 연주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국내 현실에서 KBS교향악단이 이 작품에 대해 애착을 보인 것은 매우고무적인 일이다.세계음악계에서 작곡자가 누리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한 애초의 위촉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93년 4월 로린 마젤의 지휘로 피츠버그심포니가 『한국』을 연주한 것만 봐도 그렇다.김자경오페라단이 위촉한 메노티의 오페라 『심청』이 초연이후한번도 공연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펜데레츠키는 『새야 새야』의 선율이 함축하고 있는 민족의 비운과 한(恨)의 정서를 극적으로 표출했다.다소 과장된 몸짓이나피상적인 관현악 효과에만 치중한 감이 없지 않지만 30분이 넘는 단악장짜리 곡을 끌어나가는 구성력은 마치 한 편으로 요약된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이날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루실 정은 다소 절제된 음량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음색과 세밀한 처리를 통해 개성있는 연주를 들려줬다.시적인 톤과 밝은 표정의선율감각은 2악장보다 오히려 1악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더라도 관현악의 음향에 파묻히지 않는 비장의 무기를 소유했다고나 할까.때로는 모차르트처럼,때로는 리스트처럼 베토벤을 연주했다.청중들로부터 여러 차례의 커튼콜을 받은 루실 정은 리스트가 피아노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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