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재개된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익숙한 장면이 재연됐다. 삿대질과 고성 말이다. 한나라당 김기현·권택기 의원과 민주당 김동철·강기정 의원 등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 문제는 보충질의 시간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5분’을 요구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간사 간 합의에 없던 얘기”라며 버텼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힘으로 소수를 누르려는 여당과 떼를 써서 원칙을 깨려는 야당 모습 그대로였다.
3일 오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3차 회의에 참석한 중소기업청과 특허청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런 구습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야가 새로 도입하기로 한 상임위 산하의 상설 소위원회 제도는 기대해 볼 만하다. 분야와 이슈가 좁혀진 소위원회가 활성화되면 장·차관과 산하 기관장들이 떼지어 다니거나 마이크를 뺏는 문제로 사생결단을 낼 일은 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원들의 의식 전환이 없으면 모든 게 공염불이다. 야권의 장외투쟁 국면에서도 등원론을 폈던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국회가 장관에게 큰소리를 쳐야 한다거나 기관의 군기를 잡겠다는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소위원회 제도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산하 기관장 출석은 해당 기관 보고가 정해진 날로 제한하고 대신 장·차관들이 관할 기관의 현안을 최대한 숙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보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라는 얘기다.
임장혁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