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휴대전화·컴퓨터의 스팸메일 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강국으로 꼽히지만 한편으로 정보통신 공해의 나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신의 컴퓨터에서 스팸메일을 지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척 봐서 광고인 경우도 있지만 제목을 교묘하게 위장한 것도 많다. 매일 수십, 수백 건씩 들어오는 쓰레기메일을 삭제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뿐만 아니다. 근래에는 휴대전화 스팸 공해가 기승을 부린다. 벨이 한 번 울린 후 그냥 끊어진다. 궁금해서 이쪽에서 전화를 연결해 보면 녹음된 광고메시지가 나온다. 때로는 유료 음성서비스나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돼 나중에 뜻밖의 요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문자메시지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온다. 대리운전 광고는 얌전한 편이다. “오빠, 전화줘” 같은 문자에 넘어가 연결버튼을 누르면 일이 벌어진다. 녹음된 광고메시지가 나오거나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돼 멀티미디어 광고 동영상이 뜨기도 한다.

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스팸 방지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다. 2006년 발표했던 가이드라인을 특히 휴대전화와 관련해 강화했다. 불법 스팸 전송자에게는 통신과금 서비스 제공(이용요금 징수 대행)을 제한하거나 거부하도록 했다. 사전승인 없이 하루에 문자메시지를 1000건 이상 발송하지 못하게 했다. 불법 스팸 전송으로 이동전화 서비스 계약이 해지된 사람은 1년간 재가입을 금지토록 했다. 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이동통신사, 통신과금 서비스 제공자, 콘텐트 제공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지도의 성격을 띤다. 이들 업체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의 이용약관을 변경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고지하는 절차를 신속히 밟을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불법 스팸 행위를 방조·지원한 업체에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팸 당사자는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번 조치로 국민 모두가 고통받는 쓰레기 광고 공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