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NO, GMO’의 역설 장바구니가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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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이달 말께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작물, 일명 ‘Non-GMO’로 만든 식용유를 국내 처음 시판할 계획이다. 이미 원료로 쓸 대두를 확보했고 조만간 생산에 들어간다. 이 회사 자재구매파트 측은 “Non-GMO 대두의 시세가 40% 정도 올랐다”며 “수요가 더 늘면 대두 값이 더 뛸 것”으로 우려했다. 유통·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Non-GMO 원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려면 지금의 두 배 정도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대두유의 소비자 가격은 1.8L에 5000원 정도. CJ는 Non-GMO 콩을 사용한 식용유를 1만원 정도에 내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

유전자를 변형한 GMO 원료를 쓰지 않겠다는 식품업체들이 늘면서 이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거릴 조짐을 보인다. GMO에 비해 Non-GMO 원료의 가격이 원래 20% 정도 비싼데 수요가 늘면서 더 뛸 전망이다.

일찌감치 ‘GMO 프리’를 선언한 식품업체들 또한 곤혹스럽다. 매일유업은 5월 GMO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뒤 원가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Non-GMO 원재료를 사용하려면 유아식품 분야에서만 연간 30억원, 가공우유·음료까지 치면 50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고 봤는데, Non-GMO 원재료 값이 더 올라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박경배 홍보팀장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비용으로 알고 추가 비용을 회사가 떠안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월에 GMO 프리를 선언한 풀무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원료 확보에만 연간 23억원을 더 들일 것으로 본다. 남승우 사장 등 임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인상분을 흡수하겠다”고 밝혔지만 Non-GMO 원재료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제품 값을 올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중앙대 진현정(산업경제학) 교수는 3일 ‘GMO 표시제 확대가 식품산업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내놨다. 여기서 “Non-GMO가 늘어나면 장바구니 물가가 최대 3.6%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논문은 한국식품공업협회의 연구 용역을 받아 작성됐다. <그래픽 참조>

GMO 표시제가 확대되면 각종 시설이나 기계를 교환하는 일로 업계 전체적으로 58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검사비 등의 부대 비용으로 업계가 155억원의 부담을 별도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두·옥수수 원재료 값 상승, 구분 유통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농산물·식료품 가격지수가 1.7∼3.6% 오른다고 예측했다. 시장에서 농산물과 식품을 매달 50만원가량 구입하는 가정의 경우 적게는 8250원, 많게는 1만8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GMO 표시제 확대는 식품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사회적 편익이 있지만 식품업계와 일반 소비자가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 GMO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억울하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본부장은 “(GMO 표시제 확대는) GMO 청정지역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를 거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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