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탄생뒷얘기>5.오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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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89년 가을 어느날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안양예고 3학년 오연수는 어머니 김민정씨로부터 종이 한장을 받는다.2100번이라는 접수도장이 찍힌 MBC 19기 탤런트 수험표.
『시험공부 해야 하는데 무슨 탤런트 시험이냐』고 펄펄 뛰었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롯데 가나초콜릿 전속이라고는 하지만 무명모델에 가까웠던 오연수에게 탤런트라는 타이틀은 필수라고 생각한 엄 마의 「밀어붙이기」였다.
2천여명을 기다려 시험을 치르느라 파김치가 된 오연수는 『대학 시험볼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맨처음 해야겠다』고 우겼고 모녀는 1번으로 접수하기 위해 원서 교부처와 접수처 앞에서 새벽부터 덜덜 떨어야 했다.결과는 탤런트와 대학생( 단국대 연극영화과)으로의 변신성공.어릴적부터 워낙 내성적이긴 했지만 하고싶은 일은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딸을 믿고 아예 매니저로 나선어머니의 승리였다.
사실 오연수의 성공은 본인이 악착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달래고때론 다그치며 「배우」로 다듬어온 어머니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의도중 3학년때 갑자기 안양예고행을 선언,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도 엄마는 결 국 딸의 지원군이 되는 길을 택했다.
예고시절 쉬는 시간 틈틈이 학교방송일을 하게 한 것이나 패션모델에 관심을 갖자 아는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는가 하면 광고모델을 하면서도 공부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고,대입 특기과목으로 남들이 안하는 칼춤을 택해준 것도 어머니였다.
장수봉 PD가 MBC 『춤추는 가얏고』를 기획하며 19기 여자탤런트중 가장 먼저 오연수를 지목했을때 『한복입기 싫다』『학교다니는게 더 좋다』며 뒤로 빼던 그를 설득한 것도 어머니였다.차가운 미모 뒤에 감춰졌던 뜨거운 열정은 이런 어머니의 「관리」를 통해 비로소 대중에게 선보였던 것이다.
『춤추는 가얏고』의 「무희」로 그해 화려하게 등장한 오연수는92년 『아들과 딸』에서 최수종을 따라다니다 끝내 결혼하는 꾀순이 「성자」로 변신하지만 김희애라는 나무는 너무 컸다.그래서이들 모녀는 93년 MBC와 전속기간이 끝나자 과감히 KBS행을 택한다.
『당시 MBC에는 김희애.채시라.김혜수등 쟁쟁한 선배들이 너무 많아 연수에게 언제 기회가 올지 불확실했지요.다른 탤런트들은 혹시 인기 떨어질까봐 이적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었고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기보다 연기력 향상이라고 생각 했기에 KBS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물론 경제적 요인도 무시못했고요.』 그해 KBS 『일요일은 참으세요』에서 발랄한 신세대 며느리와 『남자는 외로워』에서 제주해녀 당실이로 연일 주가가 상승했다.
이어 MBC 『전쟁과 사랑』의 양선옥,SBS 『사랑의 이름으로』의 강혜원등 개성있는 연기로 꾸준히 주목받아온 오연수는 요즘SBS 『만강』에서 보옥역에 흠씬 빠져 특유의 한국적 여인상을그려내는 중이다.
『정혜선.김혜자등 연기파 여자탤런트 계보 속에 오연수라는 이름이 들어갔으면 더 바랄게 없다』는 어머니의 소망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함께 지켜보자.
글=정형모 기자.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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