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瓦斯-화란어 'gas'의 일본식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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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1930년대에 시인 김광균(金光均)이 발표한 「와사등」(瓦斯燈.가스등)이라는 시의 일부다.
지금 그 「瓦斯」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네덜란드어「gas」를 일본 사람들이 음역(音譯)한 일본말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도 「가스」를 「瓦斯」라고 한다.
이처럼 한자어라고 모두 중국에서 만든 것은 아니다.우리나라 고유의 단어일 수도 있고 일본에서 만든 것도 꽤 많다.앞서 설명한 바 있는 경제(經濟)나 문화(文化)가 그렇고 철학(哲學).물리(物理).민주(民主).과학(科學)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 중국보다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 자기들 식으로 번역해 놓은 말을 한.중 두 나라가 차용한 결과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明治)유신(維新)이후 서양학문을 대량으로 수용하게 되는데 이 때 번역을 담당했던주요 계층은 한학자들이었다.이 때문에 전문적인 학술용어는 대부분 한자로 번역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자연히 같은 문자권인 한.
중 두 나라로 유입되게 되어 지금에 이른다.물이 아래로 흐르듯언어 역시 국력이나 문화의 차이에 따라 전파된다는 점을 볼 때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현재 도시가스 때문에 도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瓦斯亂」이라고나 할까.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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