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송.부산방송,드라마 '형제의 강' 제작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덩치 큰 민방 맏형의 횡포다.』 『돈 주고 샀는데 무슨 억지냐.』 민방의 대부격인 서울방송(SBS)과 둘째격인 부산방송(PSB)간의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두 방송사간의 갈등은 『딸부잣집』『일월』『달빛가족』등으로 관록을 쌓은 작가 이희우씨의 야심적인 드라마 『형제의 강』(연출장형일)이 발단이 됐다.
5.16직전부터 80년대말에 이르는 격동의 30년간을 시대배경으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작가 이씨가 힘을 쏟은 역작으로 준비해온 작품.당초 기획을 맡았던 PSB측은 작품성을 높이 평가,지난해 이미 억대의 작품료를 주고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PSB측은 이에따라 지난달 중순 『부산방송이 지역민방 최초로 주간연속극을 기획.제작,오는 9월부터 서울방송네트워크를 통해 방영키로 했다』며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선수를 놓쳤다고 판단한 SBS측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SBS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PSB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난 격이 됐다.기획의 일부를 처음에 부산방송이 맡긴 했으나 막대한돈을 주고 작품 전체를 서울방송이 산 만큼 부산방송은 더이상 드라마제작에 관해 권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 관계자는 『지역 민방활성화등 같은 민방인 PSB측의 입장을 나름대로고려,기획자 명의를 PSB로 해주기로 한 것은 방송가 관행상 파격적인 양보였다』고 덧붙였다.
비록 PSB가 지난해초부터 처음 기획에 나선 것은 사실이나 제작능력과 비용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PSB가 사정하는 바람에 지난 2월 SBS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모든 책임과 권한을 인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PSB측은 『기획을 전담한 것외에 제작과정에도 PSB가 상당부분 참여하고 있고 계약에 따른 50%의 권리행사는당연하다』며 프로그램 PR를 기획자인 PSB가 맡는 것도 정당하다고 맞받아쳤다.
PSB의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에서 기획과 제작을 두부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힘을 합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방송의 임무인데 SBS가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린다』고 비난했다.
상호보완관계에서 좋은 방송 만들기에 협력해야 할 두 방송사간의 이권성 다툼에 대해 『시청자를 우선하기보다 상업성에 치우친민방간의 다툼』으로 보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