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기저귀 고무줄로 링거 맞아

중앙일보

입력

'맥주병을 소독한 링거병에 코르크 마개와 기저귀용 갈색 고무 호스'.

보건의료 분야의 한 민간단체가 지난해 말 북한 평양 유력 병원의 하나인 적십자병원에서 본 모습이다. 당시 동행했던 한 의사는 "북한 의료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 수준도 안 된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 북한대표부,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북한엔 마취약이 없어 수술을 제대로 못하고 수액제(링거)와 항생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기초 의약품이 모자라다 보니 60%는 양약을, 40%는 고려약(한약)을 쓴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 병원으로 갈수록 심한 편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 진단용 의료기기는 거의 없다. 우리가 CT를 제공하긴 했으나 다루는 기술자나 부품이 없어 고장 나면 무용지물이다. 또 정전이 잦다 보니 기계가 잘 고장 난다.

지난해 말 민간단체 회원 한명이 평양의 모 호텔 욕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적이 있다.

북한 의사와 간호사 한명이 호텔로 왕진왔는데 불이 어두워 간호사가 손전등을 비춰야 했다고 한다. 수술했는데 약도 주지 않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북한 의사들과 얘기해 보니 이론은 밝지만 장비나 약품 부족 등으로 임상 능력은 상당히 떨어지더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방한했던 WHO 북한대표부 대표 아이길 소렌슨(56.노르웨이)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은 전력 사정이 안 좋아 병원에 전기가 몇시간밖에 안 들어오고 물이 부족하며 난방도 잘 안 된다"고 전했다. 그래서 만성병 치료도 힘들뿐더러 응급수술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