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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광고 기법 관련서적 잇따라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사람의 뼈를 쥔 채 총기를 비스듬히 멘 흑인병사.오로지 탈출해야 한다는 일념에 배의 굴뚝까지 기어올라간 난민들.아버지 품에 안겨 죽어가는 바짝 마른 몰골의 에이즈 환자.하얀 십자가로가득한 공동묘지.가슴부분에 관통상 흔적이 뚜렷한 전투복.나란히펼쳐놓은 콘돔….이쯤 되면 광고사진이라 부르기 어렵다.신문에서도 금기시할만한 장면들이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의류메이커인 베네통사가 지난 몇년동안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이라는 로고로 내보낸 이 광고사진들은 그때마다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찬사와 더불어 인류의 고통을 상업화했다거나선동적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때문에 광고때마다 전투복의 주인이유고내전에서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 총을 맞았다느니,에이즈 환자의 아버지가 돈을 받았다느니 하는 베네통사의 윤리성에 흠집을 내려는 언론의 「노력」이 뒤따랐다.
어쨌든 지금은 베네통 하면 코카콜라.말보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상표로 자리잡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취업광고에 반라의 남녀를 등장시켜 화제가되기도 했다.
이 광고도 성을 상품화하는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변화의 노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광고의 사진을직접 찍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쓴 『베네통 광고이야기』(김현아 옮김.산호 刊)는 현대 광고계 첨단의 흐름을 생생하게 짚게한다. 인종주의.상업주의 등의 비난에 대한 작가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으며 광고에 얽힌 에피소드도 매우 흥미롭다.뒷부분에는최고의 사진작가로서의 토스카니의 삶도 소개된다.
『탱탱한 장미빛 피부를 가진 여자만을 내세우는 광고야말로 엄격히 따지면 인종주의자가 아닌가.나의 광고사진의 원칙은 반인종주의.세계주의.금기타파주의다.절대로 소비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앞으로는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은 북한사람.예멘사 람.집시들도찍고 싶다.』 현재 토스카니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광고를 미디어와 예술의 차원으로까지 승화시켰다는 쪽이다.
전투복 광고가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예다.유고내전이치열하던 93년말 세계 언론들은 이 피비린내나는 전쟁보다 찰스영국 왕세자 부부의 이혼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94년 2월,토스카니의 사무실로 유고내전에 희생된 젊은 병사의 피묻은 전투복이 배달된다.이 광고는 발표 즉시신문기사 이상의 평화메시지를 던졌다.
모든 인종의 남녀성기를 쭉 나열한 광고사진을 포함,그의 많은작품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전시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 헌터대의 언론학교수인 스튜어트 유웬이 쓴 『이미지는 모든 것을 삼킨다』(백지숙 옮김.시각과 언어)와 매사추세츠주립대의 언론학 교수인 셧 잘리의 『광고문화』(윤선희 옮김.한나래)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광고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두 책 모두 현대의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상품의 본질이 아니라 이미지와 스타일임을 강조한다.
광고 사진작가와 언론학 교수가 쓴 이 책들 정도면 알게 모르게 현대인의 사고나 행동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광고의 숨은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을 듯하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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