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복귀로 OPEC 결속력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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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초 예상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라크의 산유(産油)쿼터를 하루 40만배럴에서 1백20만배럴로 늘리기로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속개된 100차 총회에서 결정했다.이번 조치는이미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OPEC의 결속력을 더욱 약화시킬전망이다.
늘어난 80만배럴은 유엔이 인도적 차원에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수출토록한 20억달러어치의 이라크산 원유를 하루물량으로 넉넉잡아 환산한 수치다.나머지 회원국들의 배정물량은 동결됐다.한편 가봉이 연내 OPEC 탈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가봉에 배정됐던 28만7천배럴이 제외됐다.이로써 93년9월부터 적용돼온 OPEC 전체의 하루 산유쿼터 2천4백52만배럴은 2천5백3만3천배럴로 3년만에 소폭 상향조정됐다.
이번 이라크 쿼터 증가분은 OPEC 전체 쿼터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석유전문가들은 『수년전까지 세계 두번째 산유국이었던 이라크의 국제시장 복귀가 주는 심리적 여파는 유가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특히 6 개월이라는 유엔의 한시적 수출허용 조치가 이라크의 태도여부에 따라 연장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한술 더 떠 이라크는 90년 걸프전 직전의 산유쿼터 3백14만배럴을 되돌려 달라고 OPEC에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의 시장복귀는 그렇지 않아도 감산(減産)카르텔 유지에 손발이 맞지않는 OPEC의 결속력을 더욱 손상시켰다.
국제유가의 폭락을 막으려면 이라크의 생산증대분만큼 다른 회원국들의 쿼터를 낮춰야 한다는 쪽과 이번 기회에 쿼터를 현실에 맞게 대폭 늘려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선 터여서 이번 결정은심각한 앙금을 남겼다.
OPEC의 감산정책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지난 4,5월만 해도 OPEC의 산유량은 쿼터를 1백50만배럴 이상 초과했다. 설상가상 연회비 1백80만달러가 너무 많다며 지난해부터총회에 불참해온 가봉이 마침내 탈퇴를 선언,회원수가 12개국에서 하나 줄어든 이번 총회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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