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미교포 기타연주자 잭 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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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제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재미교포 기타연주자 잭 리(30)의목소리는 자못 긴장돼 있었다.세계 5대 음반 메이저 업체중 하나인 워너 뮤직사와의 전속계약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뉴욕의 수많은 재즈 뮤지션중 한사람에 불과한 현재의 위치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동양인의 음반이 전세계적인 유통.홍보망을 갖고 있는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발매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며칠전 보브와 함께 마무리 녹음을 할 때 워너 뮤직의 사장단이 스튜디오를 방문했어요.내 음악을 듣고는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짓더군요.이젠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어요.』 잭 리가 말한 보브란 다름아닌 재즈 피아노의 거장 보브 제 임스를 말한다.그의 다섯번째 솔로음반 『인투 더 나이트』제작에 보브 제임스가 피아노 연주와 음악감독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워너 뮤직과의 계약에 다리를 놓아준 것도 그다.
『중학교때부터 우상처럼 여기던 보브와 함께 연주한다는 사실이너무 감격적입니다.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평소에는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이끌어주지만 연주할 때만은 동등한 입장입니다.』 잭 리는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83년단신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그가 가진 것은 재즈의 본고장에서 대성하겠다는 각오와 음악을 향한 열정뿐.
명문 컬럼비아대를 거치면서 기타를 익혔고 음악인들 사이에 젊은 실력가로 이름이 차차 알려졌다.91년 첫 앨범 『풍운』 이후 한국적인 정한이 다분히 깃들인 퓨전 재즈로 일관해온 그는 94년 해외공연길에서 보브 제임스를 만나면서 전환 기를 맞게 됐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보브 제임스는 잭 리의 음악적 후견인이 됐고 올해 2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내한공연을 비롯한 많은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다.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새 음반도 보브 제임스와의 공동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곡중 보컬이 삽입된 『파 인투 더 나이트』『사일런트 송』『하프 문』은 보브 제임스의 딸 힐러리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이중 『하프 문』은 다름아닌 윤극영 작곡의 동요 『반달』을 재즈곡으로 편곡한 것이다.이 음반은 오는 9월께 전세 계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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