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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의 러브콜 … 폐식용유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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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요새는 폐식용유로 비누 안 만들어요. 단가가 워낙 올라 수지가 안 맞는 걸요.”


폐식용유 수거업체인 원준기업 유원재 대표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폐식용유 가격은 ㎏당 800원 선. 일년 만에 500원이나 올랐다. 폐식용유는 주로 치킨집이나 돈가스 전문점에서 튀김용으로 쓰고 버린 콩기름이다. 그동안 비누·화장품·샴푸의 원료로 재활용돼 왔다.

폐식용유 가격은 통상 식용유 값 추세를 따라간다. 하지만 식용유 소비자가격이 1년 새 23% 정도 오른 데 비해 폐식용유 값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국제 곡물가 상승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가격 급등의 숨은 이유가 있다. 폐식용유가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너도나도 폐식용유를 쓰면서 이젠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에코솔루션 정읍공장의 김명중 공장장은 요즘 치솟은 폐식용유 값이 걱정이다. 이 업체는 대두유나 팜유 대신 100% 폐식용유를 사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왔다. 원료인 폐식용유는 폐기물 처리업체가 불순물을 걸러낸 뒤 ㎏당 11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새 식용유 값(L당 2100원 정도)의 절반 수준이다. “2006년만 해도 ㎏당 400원 정도였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김 공장장은 말했다.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급증하는데, 사용되는 식용유 양은 늘지 않다 보니 원료값이 뛸 수밖에 없다. 지식경제부 이정은 사무관은 “올해는 지난해(10만8000kL)의 두 배 정도인 20만kL의 바이오디젤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6년부터 경유에 일정 비율의 바이오디젤을 섞어 팔도록 하고 있는데 그 혼합비율이 지난해 0.5%에서 올해 1%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Kg당 1100원 정도하던 국제 대두유 값이 올 들어 한때 1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수입 대두유를 원료로 쓰던 바이오업체들도 폐식용유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여기에 바이오디젤을 스스로 만들어 쓰려는 일반인들까지 생기면서 수요가 더 늘고 있다. 바이오디젤 제조기를 판매하는 바이오키트의 정종호 대표는 “건설중장비 업체나 버스를 운행하는 교회 등 경유 사용이 많은 곳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미국이나 캐나다, 중국에서 폐식용유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정 대표는 “관세와 통관비용 등을 포함하면 국내 가격과 별 차이 없지만 폐식용유 공급이 워낙 부족해 수입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폐식용유는 가장 친환경적인 바이오디젤 원료다. 식량난을 부추기거나 열대우림 파괴를 불러올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폐식용유를 그냥 버렸을 때 하수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이 최근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연합 이성조 간사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나오는 폐식용유는 27만t이고 이 중 수거되는 양은 16만t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물쓰레기처럼 폐식용유를 따로 모으는 체계를 갖춰 수거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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