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상미술 의미.한계 찾아-교수.평론가.작가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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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추상미술의 정신」전은 전시제목부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작품 하나하나의 질적 수준은 모두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 작품들에 작가들의 독자적인 정신세계가 담겨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
미술계 일각에선 「우리에게 우리다운 추상회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먼저 던지기 때문이다.우리의 의식에서 비롯된 추상회화가 존재한다기보다 서구로부터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절름발이 추상회화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 이다.
서구 추상미술과 다른 한국 추상미술만이 갖는 이러한 의미와 한계를 짚어보는 학술 심포지엄이 4일 오후2시 삼성생명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이 심포지엄엔 홍익대 예술학과 김복영교수.서울대 미대 정영목교수등 미술계 내부의 평론가들 뿐만 아니라 이화여대 철학과 정대현교수.서울대 미학과 오병남교수처럼 미술계에서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평론가들도 자리를 함께 해 다양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또 이우환씨가 참석해 작가의 입장을 대변할 예정이다. 이들이 준비한 내용을 미리 보면 정대현교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동.서양의 양분법적 시각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한국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이런 측면보다 자연과의 친화성을 보이며 작품에 수행의 과정이 보이는 작가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에 반해 한국 추상회화의 조형적 한계에 관한 비평적 관점을 드러내는 정영목교수는 『그동안 작가들이 주장해온 「한국 추상미술에서의 동양정신과 한국성」 자체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직.간접적으로 무정형미술인 60년대 앵포르멜 형식과 70년대 단색회화 모노크롬을 거친 오늘날의 추상미술은 정신성보다 기법적인 문제로 작업을 풀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병남교수는 한국 추상회화의 정신에 대한 미학적 반성을 제기한다.오교수는 작가정신이란 주변의 모든 대상에 대해 작가가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대체적으로 이 세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때 추상화가로 변신하게 된다고 말 한다.이처럼사실주의에서 형태가 파괴되고 해체된 세계 속에 작가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는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의미를 파악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관람객들은 해석과정을 거쳐도 이를 알기엔 한계가 있는데 우리 작가들은 작품의정당성을 밝히기보다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추상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문제제기하면서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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