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평화는어디로>3.미국,공든탑 무너질까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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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벤야민 네탄야후가 이스라엘의 첫 직선총리로 선출된 후 미국정가,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 진영은 당혹감에 빠져 있다.
그동안 온갖 공을 들여 어렵게 성사시킨 「중동평화협정」의 기본구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으로는 올 11월 대선에서 내놓을 좋은 카드중 하나를 사실상 잃어버려 외교실정(失政)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클린턴 진영은 관례대로 네탄야후의 총리 당선확정 직후 축하전화와 함께 워싱턴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네탄야후도 이달말 워싱턴을 방문해 클린턴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또 『중동평화에 대해 논의하자』며 카이로방문을 희망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였다.네탄야후는 당선 직후 『페레스 총리가 지난 수년간 이룩한 중동평화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혀 대통령선거를 앞둔 클린턴의 입장을 고려한 듯한 태도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네탄야후가 선거공약을 약간 누그러뜨리더라도 「더 이상의 영토양보는 거부할 것」이며 이는 결국 협상과 양보를 통한 중동평화 구도의 정착이라는 중동정책이 크게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이 페레스 후보에 대해 성급한 지지선언을 한 것을 들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외국의 선거전에서 일방을 지지하는 경솔한 도박을 했다』며 강력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페레스의 패배는 클린턴이 자랑하는 외교적 치적이 언제라도 클린턴의 발목을 잡는 악재(惡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평화협상을 처음 시작했던 제임스 베이커 전미국무장관은 네탄야후의 등장에 대해 『평화협상의 후퇴이지 종말은 아니다』며 『시계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이역시 아직은 희망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이 쓸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네탄야후를 설득해 평화협상의 기조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뿐이다.
미국이 네탄야후를 설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네탄야후의 신승(辛勝)이 보여주듯 거의 절반에 가까운 반대파들이 네탄야후의 힘에 의한 평화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극우 유대주의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그가 자신의 집권을 공공연히 반대해 온 미국의 말을 들어 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선거를 5개월여밖에 남겨 놓지 않은 클린턴으로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자신의 최대 외교치적 중 하나인 중동평화협정의 구도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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