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회장 월드컵축구 공동개최 贊反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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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02월드컵축구 유치전선의 한국측 사령탑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겸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월드컵코리아의 운명을 가름할 주말투표와 관련,「21표의 주인공들」이 처음 머리를 맞대는 31일 오후5시(한국시간)FIFA집행위 본회의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를 두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딱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못하 고 있는 것. 집행위 안건중 초미의 관심사는 한.일공동개최안 채택여부.그런데 단독개최를 희망하는 당초의 기조를 유지하되 FIFA의 뜻이라면 공동개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정회장으로선 양자택일의 표결이 강행될 경우 어느 편에 서야 유리할지 속단할 수없는 처지다.
예상대로 표결이 강행되면 정회장의 선택폭은(공동개최안에)찬성.반대.기권 세가지로 좁혀진다.그러나 어느 경우든 나름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 선뜻 단안을 내리기 힘든 것이다.
우선 단독개최를 고집할 경우 한국이 「기댈 언덕」으로 삼아온유럽표(8표)의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한국이 일본편향적인 아벨란제 FIFA회장파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회장 중심의 유럽세와 공동전선을 펼쳐온 마당에요한손파에 의해 제기된 공동개최안에 대해 섣불리 반대하기 어려운 형편.게다가 아프리카의 집행위원(3명)중 일부도 공동개최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회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 유럽측의 주장에 동조,찬성표를 던진다면 유치후보국으로서의위신 추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당초의 단독개최 추진과는 달리 막판에 열세를 자인하는 것처럼 비쳐져 자존심이 상하는데다아벨란제와 일본의 강력한 반대로 볼때 실현가능 성도 의문시되기때문이다.그러나 무엇보다 국민감정이 일본과의 공동개최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 공동개최가 확정되더라도 정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가지 선택은 「FIFA의 룰에 따른다」는 입장을 표명하며기권하는 일이다.이 방법은 일부에서는 유치 당사국 집행위원이라는 이유로 가장 무난한 선택일 수 있겠으나 그동안 단독개최를 고수해온 일본에 비해 다소 모호한 태도로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또한 유럽쪽의 따가운 눈초리도 의식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정회장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취리히=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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