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국회 폐막 공약이행 점검-장미빛 공약 대부분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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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로 막을 내린 14대국회가 내걸었던 장미빛 공약(公約)은 대부분 거품만을 남긴 공약(空約)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14대 총선당시 여당인 민자당(현 신한국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95년 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당)은 각각 1■ 80개,1백52개항목의 화려한 공약을 내걸고 국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29일 현재 해당부처.관련단체등에 대한 본사의 확인취재 결과 민자당(현 신한국당.자민련의 원류)의 공약이행률은 대략 40%선(72개 항목)으로 추정된다.
야당인 민주당도 공약실천 의지를 가늠해줄 법안발의를 기준으로할 때 이행률은 35%(53개 항목)선으로 파악됐다.
14대 공약은 우선 재원에 대한 고려,정부실무자와의 충분한 사전협의(여당의 경우),당내 의견조율조차 되지않은 불량상품들이대부분이었다.<주요 헛 공약표 참조> 민자당은 당시 『96년까지 농업연구개발비 1천억원을 투입한다』고 약속했었다.그러나 1천억원은 집행기관인 농업진흥청의 현 예산총액으로 드러나 「눈속임 공약」의 사례로 지적됐다.
민자당은 『전국 일반국도의 교통애로구간 1천3백21㎞중 3백53㎞는 92년까지 확장,나머지는 95년까지 해소한다』는 부푼공약도 제시했다.그러나 이 공약은 예산상 이유로 92년에 실행되지 못했다.건교부 확인결과 현재 교통애로구간은 오히려 배이상인 3천여㎞로 늘어나 있다.
96년까지 남북협력기금 1조원을 확보한다는 민자당공약도 현재절반에 못미치는 4천8백50억원 수준.통일원 관계자들은 『1조원 목표가 어떻게 정해졌는지도 모르겠고 재정운용상 애당초 불가능한 약속』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김종호(金宗鎬)전민자당정책위의장은 『솔직히 총선 때마다 표를의식하다보니 어느것 하나 강조하지 않을 수 없어 14대에도 차근차근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경우 14대에 현역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14대 회기중 국회발의조차 않다가 15대에는 24개월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슬며시 내놓았다.국민회의정책위는 『당시당내에 국방전문가가 없어 18개월 축소에 따른 국방비 증가요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민주당이 『여성.어린이를 폭력에서 보호한다』며 내건 가정폭력에 관한 법률은 그후 당내에서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견이 대두,흐지부지되고 말았다.
14대 당시 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이었던 손세일(孫世一)의원은 『정책위주 국회운영을 하려해도 민주당 수뇌부의 파벌정치와 당내이견으로 공약에 대한 발의조차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실천부재」를 분석했다.
더욱이 양당의 14대 공약중 상당수는▶2001년까지 과학기술부문 GNP 5%(민자)▶2001년까지 청소년수련장 1만2천개소 건설(민주)등 14대 회기내 추진상황을 확인키 어려운 탈출구를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민주당이 실행연도를 단 계적으로 밝힌 공약은1백52개 항목중 10개 미만에 불과했다.
헛공약의 주요인은 정당의 잦은 이합집산에 따른 책임소재 불명이 첫손으로 꼽히고 있다.민자당은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일부 세력은 자민련으로 이적했다.민주당도 국민회의.통합민주당으로 나뉘었다.
14대 당시 민자당정책위의장인 이승윤(李承潤)전의원은 15대에 불출마,당무에 거의 관여를 않고 있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유준상(柳晙相)전의원은 공천탈락에 탈당까지 한 「책임부재」의 상태다.
여야 정책관계자들도 『당과 담당자가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며14대 공약의 내용조차 파악이 안된 상황이다.자연히 15대 회기를 시작하며 14대 공약에 당차원의 성적표를 제시하는 정당은찾을 수가 없다.
경실련의 박병옥(朴炳玉)정책실장은 『15대국회부터는 매년 총선공약의 이행여부에 대해 각 정당이 단계별 검증을 받는 제도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훈.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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