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필리핀정글서 30년 숨어살았던 日패잔병 오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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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밀림 속의 일본 패잔군이 장학금 기증자로.」 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뒤 30년 동안이나 필리핀 정글에서 숨어 지내다 지난 74년에야 항복했던 일본인 오노다 히로오(小野田寬郎.73)가 22년만인 지난주 자신이 숨어 지냈던 필리핀 루방섬을 다시 찾았다.방문기간중 그는 「숨어 지낼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장학금 1만달러(약 8백만원)를 루방섬에 기증했다.
지난 44년 첩보대의 일원으로 루방섬에 갔던 오노다는 전쟁이끝난 뒤에도 일본의 항복을 인정하지 않고 숨어 지내며 70년대들어 필리핀 군과 일본 정부가 자신에 대한 수색에 나선 것을 알고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30년만에 항복한 것도 74년 루방섬을 여행하던 한 여행객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그의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일본 정부가 전쟁때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다니구치 요시미(谷口義奭)를 보내 투항 명령서를 전달했기 때문이었 다.
그는 일본에 돌아가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 캠프를 운영하다 일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때 브라질 이민길에 오르기도 했으나지금은 일본에 돌아가 살고 있다.
오노다의 방문을 놓고 루방섬 일부 주민들은 그를 비롯한 일본패잔병들이 숨어 살 당시 30명의 현지인들을 사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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