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의 수호천사] 태극권 수련 뒤 쌍화차 하루 두 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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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어김없이 일어나 고3 수험생 아들 방으로 간다. 몇 달 전부터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해 108배 처방을 내린 한의사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108배를 하면 하체에서 정기가 살아나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진다. 단순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운동효과가 뛰어나 고3 수험생에겐 더 없이 적합하다. 무엇보다 108배를 올리는 동안 정신적 안정을 찾게 되므로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거둔다. 나 역시 108배 수행법을 행하며 그동안 도움을 준 부모님·형제·이웃과 환자들에게 감사의 절을 올린다.

무엇보다 나의 건강법은 태극권이다. 젊은 나이에 얻은 요통과 디스크 때문에 고생하던 시절 복음과 같이 접한 국선도는 지긋지긋한 통증을 날려줬다.

20여 년 전 봄 지리산 쌍계사에서 열린 한의사들 단합대회 때 일이다. 산이 험한지라 후배 한의사들도 차 안에서 쉬고 있는데 72세 나이로 쌍계사까지 걸어 올라오신 분이 계셨다. 부모님 다음으로 고맙게 생각했던 인생의 ‘멘토’였던 한의사 선배이신 고 정복성 선생님이다. 어떻게 그 나이에 건강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빙그레 웃기만 하시더니 다음날 새벽 6시에 만나자고 하셨다. 정 원장님이 이끈 곳은 국선도 도장이었다. 그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2년간 수련하면서 나를 괴롭혔던 요통과 디스크가 깔끔하게 나았을 뿐 아니라 피부가 맑아져 보는 이들마다 무슨 좋은 한약을 먹느냐고 묻곤 했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불임 환자와 여성질환자에게도 몸과 마음의 사기(邪氣)를 없애고 생기를 불어넣는 태극권이나 도인술을 가르친다. 몇 가지 쉽게 배울 수 있는 동작을 알려주고 꾸준히 수련하도록 한다.

여성 환자는 몸에 열을 내는 운동보다 천천히 호흡을 하며 편안하게 운동하는 것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감기나 몸살은 30분 정도의 단전호흡이면 거뜬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잠자기 전 참선을 실행하면 다음날 아침에 상쾌하다.

요즘같이 더위로 기력이 없을 때, 또 바캉스로 지쳤을 때 쌍화차를 끓여마시는 것이 좋다. 보통 쌍화차라 하면 겨울에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름에 더 효과적이다. 백작약·당귀·천궁·숙지황·황기 등을 넣고 푹 달인 쌍화차를 아침·저녁 하루 두 번 복용하면 이만 한 보약이 없다. 여기에 구기자·감국을 더 넣고 달이면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풀어준다.

담배는 입에 대지 않지만 술을 즐기고, 밤 늦게까지 책과 일에 매달려 네시간 이상 자는 날이 거의 없지만 나에겐 피로는 없다. 진료를 쉬는 수·목요일 이틀은 전북 완주를 오가는 강행군을 한다. 나는 이곳에서 한의사로서는 처음으로 모악산 여성특구를 지정받아 한방의 세계화를 위해 자료조사와 사업성 검토를 하고 있다.

인체를 훼손하지 않는 유교와 생명을 사랑하는 불교의 108배 수행, 자신의 완성을 위한 선교의 참선과 단전호흡이 진정한 건강관리법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십장생한의원 심용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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