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행하던 김정연씨 14년 만에 트로트 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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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쾌한 느낌의 퓨전 트로트곡 ‘사랑하니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김정연(38·사진).

그에게는 늘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권진원·김광석·안치환 등 노찾사 출신 가수들이 적지 않지만, 트로트로 방향을 튼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1991년 대학 졸업반(가톨릭대 경영학과) 때 노찾사에 합류한 그는 ‘사계’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의 노래를 하며 3년간 활동했다.

“노찾사 활동할 때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항상 트로트를 불렀어요. 노찾사 무대에서 백년설의 ‘복지만리’를 부른 적이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그 때 제 가슴 속에 ‘뽕짝필(트로트 감성)’이 있다는 걸 느꼈죠. 그 노래가 노찾사 시절 제 유일한 솔로곡이었죠.”

빼어난 말솜씨로 무대 진행을 도맡아 하던 그는 94년 노찾사를 그만둔 뒤, KBS 라디오·교통방송 TV 등에서 13년간 방송 활동을 했다. 노래 보다는 방송 쪽에 더 소질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씨는 리포터· 방송진행자로 활동하며, 99년 KBS 재해방송 진행자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원미연의 ‘이별여행’을 만든 작곡가 김기호 씨와 손잡고 4월 첫 앨범 ‘사랑하니까’를 냈다.

“트로트는 노찾사의 민중가요와 달리 상업적인 프로의 세계잖아요. 아무리 반복해서 불러도 노래의 맛이 제대로 살지 않아 무척 고생했어요. 작곡가 선생님께 혼도 많이 났죠. 아직도 노찾사 때 느낌이 묻어나는 대목이 있는데, 오히려 그게 제 노래의 매력이라는 말을 들어요.”

세 번째 곡 ‘마지막 사랑’은 그만의 독특한 창법이 돋보이는 발라드곡이다. 그는 민중가요와 트로트는 서민의 애환을 담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찾사 선배들이 ‘민중가요도 트로트처럼 부르더니 결국 그 길로 갔구나’하며 응원해줬어요. 권진원 선배는 ‘너도 결국 노래를 해야 할 팔자로구나’라고 하더군요. 서민의 삶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노찾사 때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방송에서 ‘사계’를 라이브로 부르곤 한답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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