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도발과 대응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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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3일 오전 짧은 시간동안 휴전선을 가로질러 바다와 하늘에서빚어진 두가지 사건은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귀중한 메시지를주고 있다.북한의 도발에 항상 「빈틈없이 대비하라」는 메시지다.군당국의 그러한 대비가 있었기에 서해에서 북 방한계선을 7㎞나 침범한 5척의 북한 고속경비정을 차단할 수 있었고 귀순해오는 미그기를 적시(適時)에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었다.
북한의 고속경비정 5척이 한꺼번에 우리 해역을 침범한 것은 우발적이 아니고 계획적임을 말해준다.지난 17일 비무장지대에서북한 무장군인 7명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한지 6일만의 일이다.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휴전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도발적 행동임은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정전협정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뒤 일련의 행동양태로 미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려는 도발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그러한 도발중에 국지적 인 충돌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에게 어려운 점은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대해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직접적인 응징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따라서 우리의 효과적 대처방안은 북한이 아무리 도발하더라도 소용없다는점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그러기 위해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은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단호하고도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며,내부적으로 여야 할 것 없이 북의 도발을 정략적으로 이용,혼선을 빚게 해서는 안된다.그런 의미에서 야당의 임진각토론회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또한 23일 군당국의 대응은 기민했던 것으로 평가되나 미그기가 남하할 때 서울에서 군당국이 요청한 경계경보를 내리지 못했던 점은 서울의 민방위체제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고 있다.왜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철저히 점검해 다시는 허술 한 일이 없도록 만반의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허점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23일 하늘과 바다의 사건은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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