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법정추리물 영화 "프라이멀 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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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잘 만든 스릴러를 보고 있으면 미로속을 탐험하는 것같다.금방출구를 찾을 것같아 발을 들여놓고 보면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지형이 전개되고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길은 더 복잡해진다.그만큼 출구를 찾아 나가고 싶은 욕구도 강해 지지만 한참을헤매야 겨우 길이 보인다.
24일 개봉되는 법정 스릴러 『프라이멀 피어』(원제 Primal Fear)도 관객들에게 유쾌한 미로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시카고의 대주교 러시맨이 수십군데 난자당한채 피살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현장 부근에서 체포된 19세 소년 용의자 애런(에드워드 노튼)의 모습을 TV로 본 변호사 베일(리처드 기어)은 그 순진한용모에 무죄를 확신하며 변호를 자청한다.상대는 베일의 검사시절동료였으며 한때 연인이었던 여검사 베너블(로라 리니).영화는 베일과 베너블의 법정공방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의 비리가 복선으로 깔린다.
베일은 『제3자가 있었지만 그때 발작이 일어나 누군지는 보지못했다』는 애런의 말을 듣고 제3자를 찾는 한편 그가 정신이상자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그 과정에서 러시맨 대주교가 관음증 환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애런과 여자친구를 시켜찍은 포르노 테이프를 찾아낸다.
검찰측이 애런의 살인 동기를 입증할 수 없다는데 희망을 걸었던 베일은 명백한 동기를 찾아내고 좌절한다.
그러나 애런이 다중성격장애자라는 사실을 새로 알아낸 베일은 그를 정신병자로 입증해 무죄를 받아내려 한다.애런이 심하게 다그치면 발작을 일으켜 「로이」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돌변한다는점을 간파한 베일은 궁리 끝에 애런의 발작을 연 출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측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인 테이프를 베너블 검사에게 넘겨준다.애런의 유죄를 확신한 베너블이 법정에서 애런을 다그치자 애런은 발작을 일으켜 검사의 목을 조르는등 난동을 부린다.이 사건으로 애런은 정신이상자임이 판명돼 무죄선고를 받게 된다. 관객들이 미로를 빠져 나오는 순간은 바로 그 다음이다.
베일이 감방으로 애런을 찾아갔을 때 『법정에서의 소란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던 애런은 베일이 모든 것이 잘됐다며 돌아설때『베너블 검사에게 목이 빨리 낫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 해달라』고 한다.
결국 이 영화는 현장에서 체포된 애런을 범인으로 지목함으로써미로의 출구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계속베일의 전 직장 상사인 지방검사가 사주해 대주교를 살인했다는 복선을 깐다.지방검사가 거액을 투자한 콘도개발 사업을 방해하는지역주민의 리더가 의문의 피살을 당하면서 혐의는 이쪽으로 집중된다. 그러나 감독은 한 순간에 『처음부터 두 사건은 별개의 것이었음』이라고 선언해버린다.열심히 감독이 장치해 놓은 구성의미로 속으로 들어갔던 성실한 관객들은 괜히 헤맸다는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깜짝쇼를 눈 치챌 수없을 만큼 반전과 반전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점이 이 영화의매력.상반된 2중성격을 연기한 예일대 출신 노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TV 연출자로 명성을 날린 그레고리 호블릿의 영화 데뷔작.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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