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왕위전 도전권 쟁취로 조훈현에 4연패 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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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5월 들어 조훈현(曺薰鉉)9단에게 「4연패」해 깊은 수렁에 빠진듯 싶었던 이창호(李昌鎬)7단이 21일 왕위전 도전권을 쟁취하며 반격에 나섰다.소문대로 1인자 이창호가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27일 시작되는 왕위전 도전 7번 기의 결과가말해줄 것 같다.
李7단의 느닷없는 연패와 타이틀 상실을 놓고 바둑계는 지난주내내 떠들썩했다.처음엔 타이틀이 너무 많아 작은 기전을 정리중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李7단이 지난 18일 울산에서 열린 기왕전 도전기 제3국에서 도전자 曺9단에게 黑으로 불계패해 1승2패로 막판에 몰리자 얘기가 달라졌다.지난 11일 曺9단에게 「비씨카드배」를헌상할 때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인데 불과 1주일만에 기왕타이틀의 방어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지자 「이창호도 드디어 지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갔던 것이다.
李7단은 5월에 모두 7국을 두었고 그중 2판은 국제대회였다.신기한 점은 국제대회에선 2전2승으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지만조훈현과의 국내 4연전에서 전패를 당했다.마지막 3판이 잇따라「불계(不計)」였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했다.李7 단의 능기인 「계산」이 힘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이걸 두고 曺9단이 계산바둑을 격파할 새로운 비법을 찾은 것같다고 분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그러나 『이창호7단이 조금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은 계속 늘어났다.대부분의 프로들은 李7단이 흔들린다는 얘기에 설마하고 고개를 내젓곤 한다.하지만 李7단이 바둑 밖의 세상에 흥미를 가질 나이라는 사실과 많은 대국에 육체적으로 지친것만은 대개 인정했다.바로 이런 분위기 때문에 21일 한국기원에서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이 시작 되자 프로들이 대국을 지켜보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이 한판은 막중했다.만약에 李7단이 여기서도 꺾인다면 5연패.지난 3년간 무적의 1인자로 군림해온 이창호7단으로서는 처음 겪는 대위기였다.
李7단은 여기서 승리했다.그러나 파문이 여기서 가라앉을 지는미지수다.바로 얼마전엔 유창혁(劉昌赫)왕위가 李7단을 꺾으며 3관왕에 올랐고 이달에는 조훈현9단이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이창호.유창혁.조훈현 이 세사람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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