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집행부 갈등-월드컵유치 D.1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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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02월드컵개최지 결정의 최대변수는 국제축구연맹(FIFA)내의 권력갈등구조라 할 수 있다.특히 이 문제는 차기회장 선임을 둘러싼 권력재편구도와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지난해말 한.일 유치전을 대등한 관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정몽준축구협회장이 FIFA내 갈등구조 틈바구니에서개혁파의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가능했다.또 정회장이 한국의 월드컵유치를 확신하게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한마 디로 FIFA내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개혁파의 승리를 굳게 믿는 정회장 나름대로의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레나르트 요한손유럽축구연맹(UEFA)회장이 이끄는 개혁파가 반(反)아벨란제 대항세력으로 세를 확보해 대권을 위협하게 된 것은 아벨란제회장 집권22년만에 처음이다.그만큼 그동안 아벨란제회장의 FIFA내 권력기반은 확고부동이었다.
아벨란제회장은 74년 독일스포츠용품메이커인 아디다스사와 함께,아시아.아프리카등 FIFA내 주변부 집행위원들을 설득,집권에성공했다.74년이전 프랑스 2명,영국 3명,벨기에 1명등 유럽계 일색이던 FIFA회장직에 오름으로써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온 것.33년간 재임한 3대 줄리메회장(프랑스)에 이어 최장수회장을 하고 있는 아벨란제회장은 집권초기 탁월한 경영마인드로 월드컵을 흑자대회로 전환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그러나 아벨란제회장은 독재체제를 굳히면서 거 대화한 이권사업을 독점,비판받으면서 권력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지난 94년 요한손 UEFA회장의 도전을 받은 것은 그 좋은 예다.
당시 강요된 침묵으로 출마를 포기해야했던 요한손회장은 그후 절치부심,지난해 각 대륙연맹에 수익을 배분하고 TV중계권등 이권사업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비전1」「비전2」를 제시함으로써 반(反)아벨란제회장 세력을 규합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94년재집권에 성공한 아벨란제회장의 지나친 전횡이 요한손의 재부상을부추기고 만 셈.
특히 TV중계권자 선정으로 대표되는 각종 이권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북중미등에서조차 요한손개혁세력이 날로 늘고 있어 FIFA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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