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주의쟁점>코미디프로 휩쓰는 '외인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언제부턴가 TV 코미디프로그램이 「외인부대」들에 의해 점거당하고 있다.구봉서.배삼룡.배일집.배연정 등 이른바 「전통 코미디언」들이 TV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비교적 젊은 세대 개그맨.개그우먼들도 이젠 더이상 코미디프로의 주연 역할을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자리를 대신 메우며 새로운 「코미디 스타」로 군림하는사람들은 탤런트.가수.모델.스포츠선수,심지어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마추어 군단이다.탤런트출신 개그맨을 지칭하는 「탤개맨」이란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로 코미디계에서는 지금 이들의 물결이 거세다.
대표적인 주자들은 탤런트 최수종.박소현.김원희.엄정화.박용식.정종준.김기섭.김용건,모델 홍진경,씨름선수출신 강호동.박광덕,프랑스인 이다도시 등.이들 외에도 이래저래 코미디에 발을 걸치고 있는 비전문인들은 손꼽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떻게 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현상이 벌어졌을까.이런 흐름을 놓고 방송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로 PD들을 중심으로 한 한쪽에서는 『이제는 장르와 업종의구별이 필요없는 시대』라며 『연기와 개그.노래를 다 할줄 아는종합 엔터테이너를 키울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피해당사자격인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의 의견은 아주 다르다.MBC의 한 개그맨은 『특색없이 비슷비슷한 포맷의 버라이어티쇼가 범람하면서 잡다한 출연자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불쑥불쑥 터져나오는 저질시비에다 지나 친 시청률 의식으로 정통 코미디를 멀리하는 방송사의 태도가 문제』라고 항변했다. 방송사의 섭외에 의해 막상 코미디언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비전문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변신에 따라 감수해야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SBS 코미디 『기쁜 우리 토요일』의 「푸른하늘 은하수」코너에 출연중인 탤런트 김원 희의경우를 보면 「변신」의 어려운 속사정을 잘 알 수 있다.코미디출연 섭외 중에 선배연기자들로부터 『왜 그런 짓을 하느냐』며 따끔한(?) 충고를 받았다는 김원희는 『코미디를 했다고 나중에드라마에서 배역을 안줄까 걱정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여러가지 문제를 떠나 비전문인들의 코미디출연은 TV시청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서울상계동에 사는 김명호(45)씨는『코미디냐,버라이어티쇼냐는 중요하지 않다.오락프로그램의 척도는얼마나 재미있느냐에 있다』며 재미만 있으면 출 연자가 누구인지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튼 비전문인들의 코미디 출연은 당분간 계속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코미디PD들 전망이다.이들의 출연으로 코미디의 인기가 바짝 달아올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비전문인들의 코미디 출연은 분명 한계가 있어 지속적으로 코미디 분야에서 스타를 키우고 신인을 발굴하는 과감한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는 코미디 PD들도 동의한다.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이 꾸미는 이른바 「정통 코미디」의 부활은 프로코미디언의 육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