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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G는 성숙한 한·미 동맹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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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한·미 양국은 지난해 6월 28일 합참의장과 주한 미군사령관 간에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계획에 따라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을지자유수호(Ulchi Freedom Guardian·UFG)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해온 군사 차원의 포커스렌즈 연습과 68년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실시해온 한국 정부 차원의 을지 연습을 76년 통합하여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실시해 왔다.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되는 UFG 연습은 한국의 국가 안보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국가급 차원의 전시 대비 연습으로 남다른 의미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UFG 연습은 한국 주도하에 조국과 국민 스스로를 우리가 지킨다는 안보관의 성숙을 의미한다.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미 동맹과 국민의 눈물겨운 노력이 어우러져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제3세계의 국가 발전 모델 국가로 평가, 칭송받고 있다. 이러한 신장된 국력과 국제사회의 위상, 국민의 격상된 자존감과 함께 성장한 한국군이 국방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구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UFG 연습은 미국이 가장 신뢰하고 성숙한 동맹군으로 한국군을 인식하고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혈맹으로 맺어진 한국군은 한·미 연합지휘체제에 의해 군사작전 노하우를 공유해 왔고, 이라크전에 참가 중인 동맹군이 자이툰 부대를 벤치마킹하는 데서 입증되었듯이 미국은 독자적 작전 수행능력을 구비한 국제적 수준의 군으로 한국군을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한·미 간 긴밀한 협력하에 안보의 취약성을 해소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함께 한·미 정상 간 합의한 한·미 전략동맹을 아우르는 국가안보의 비전과 이념을 시스템화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국가안보전략서 발간과 국가급 차원의 전쟁 수행체제 정비는 물론 국가의 위난을 예방하고 유사시 책임지고 홀로 서겠다는 국가 통수권자의 비장한 안보인식이 요구된다. 또한 국방·외교·대북문제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로 구성된 국가안보회의의 기능을 보강하고, 행정안전부의 1개 국으로 격하된 비상기획위원회를 복원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 진전으로 일정 부분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바가 있었으나,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으로 무의식 중에 국민의 안보의식이 해이된 면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지킬 힘과 의지가 없을 때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가는 베트남 공산화 통일이 주는 교훈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법치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이념이자 소중한 가치로서 여기에 위협을 가하는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하면서 분명한 대처와 국민적 결의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군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된 국가안보전략에 의거,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발전시키면서, C4ISR+PGM(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밀유도탄)으로 상징되는 현대전 수행체제를 구축하고, 합동군사령부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핵, 110만 북한군 병력 등을 고려할 때 50만으로 감군하는 계획을 포함한 국방개혁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연습기간에 대통령이 국가의 최대 위기인 전쟁상황을 상정하여 실시하는 연습 현장을 방문, 전쟁을 지도하는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결연한 모습을 보일 때 국군 장병들과 국민에게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무한한 충성심과 사명감을 일깨워줄 것이다.

정경영 가톨릭대 안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