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SBS '도시남녀' 김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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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남주(25)에게 요즘 생활은 갑작스레 찾아온 곤혹스러움이다.SBS-TV『도시남녀』의 방송작가 「나민주」역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나를 띄워준 한편의 드라마」라고 말한다.영화.드라마.연극까지 곳곳에서 출연제의가 쏟아진다.최근에는 매니저까지 두게 됐다.이른바 「바쁘신 몸」이 된 것이다.연기생활 2년만이다.
「나민주」역을 그는 촬영전 한달넘게 끌어안았다.밤낮으로 방송작가만 생각했다.
작가들을 만나고,물어보고,그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런 뒤 비로소 그는 극중 「나작가」를 연기했다.그런 열정이 마침내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됐다.거리에 나서면 「나작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적인 분위기가 어울린다고들 해요.자신을 대표하는 이미지가꼭 필요한 연기자로선 행운을 안겨준 배역인 셈이죠.』 그에게도뜻밖이었다.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던 「지적인 여성」이 자신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당혹과 즐거움으로 다가왔다.「또다른 자기모습의 발견」이란 연기의 의미와 재미를 엿본 느낌이다.그는 SBS 탤런트 공채 4기로 입사한 94년4월 곧바로 드라마 『영웅일기』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정확한 발성,시원스런 외모로 데뷔부터 그는 주목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후 2년간 그의 연기생활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한번에 튀고 잊혀지는 스타가 싫었어요.기회는 꼭 온다는 믿음도 있었고요.』 애써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좋은 배역에 대한 「청탁」이니,「연줄」이니 하는 「짓거리」가 싫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돌아보면 그의 소녀시절은 가능한 한 안튀려고 노력해온 삶이었다.두살때 아버지를 잃었다.가난이 친구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계속됐다.모나게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게 습관이 됐다.숫기없는 소심한 성격.남학생이 보는 자리에선 밥조차 제 대로 못먹는소녀였다.수원여전 무용과 2학년 시절 모델생활을 시작했다.
「예쁜 인형보다 살아숨쉬는 인물」이 되고 싶어 연기자의 길을택했다.안으로만 갈무리해왔던 열정이 불거져 나온 탓이다.『도시남녀』의 「나작가」역은 그런 열정이 맺은 첫 열매인 셈이다.하지만 사람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여전한 수줍음과 본격적인 배우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아직까지 그가 믿는 것은 「연기자로서의 느낌」 뿐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며 뮤지컬이며 기회가 닿는대로 도전해볼 생각이다.「폭넓은 연기력에 미모까지 갖춘 연기자」로 불리게 될 날을 기다리며.
글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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