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10대><기고>10.야마하가 더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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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소년들이 나타내 보이는 외국문화 선호성향을 보고 한숨짓는 사람들이 많다.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압구정동.홍대앞.돈암동.신촌등을 거닐다 보면 이곳이 과연 한국땅인가 하고 의심갈 만큼 외국문화 일색이다.그들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가방 .몸 안에 품고 있는 것 모두를 풀어내 상표를 뒤져보면 외제 안가진 청소년이 거의 없다.
이들은 왜 이런가.기성세대들은 이런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던진다. 20세기 후반에 걸쳐 세차게 불어댄 문명의 바람은 값싸고질좋은 상품을 선호하고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라는 대명제위에 성립하는 행위규칙이었다.기성세대들인 40대 이후는 이런 명제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수용하지 못한다.국산품 애용을 애국심과 동일시해온 습관에 젖어있기 때문이다.그러나 10대들은 다르다.값싸고 질좋은 상품,거기다 내 마음에 드는 상품이라면 『내돈 갖고 왜 못사느냐』고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편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제 상품을 선호한다고 비웃는 데는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고 외국 상품을 사 쓰면 매국노라는 19세기적 발상이 배어 있다.나라 사랑하는 것과 값싸고 질좋은 외국 상품을 사 쓰는 행위를 모순이라고 보고 비판하는 한우리는 21세기에도 계속 뒤처질 것이다.우리의 신세대는 다행히도 21세기의 보편이념에 가까운 의식성향을 보인다.값싸고 질좋은 물건 구매에 충실한 경제행위가 궁극적으론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살린다.경제인들에게 애국심이 란 어설픈 환상을 주기보다『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못만들면 결국 진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이들이 바로 오늘의 10대다.애국심은 애국심대로 키우고 가꿔나가야 한다.청소년들의 외제선호를 애국심과 결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독도 사랑에 대한 논리는 우리문화에 대한 정체감으로 형성돼야 한다.
(서울대교수.교육학) 文龍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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