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첨단업계 인수.합병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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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창업보다 기존의 기업을 인수하는 바람이 불면서 첨단산업계의 합병 붐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J P 모건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만 하더라도 첨단기술업계의 기업 인수.합병(M&A)규모는 86억달러를 기록했다.올 1.4분기중 합병실적이 지난해 4.4분기(78억달러)보다 40% 늘어난 1백9억달러에 달한데 뒤이은 것이다.
첨단업계에 부는 합병바람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매수기업측의 높은 주가에 끌리기도 하며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또 매장을 많이 두지 않으려는 기업측 욕구와 한층 자유화된 통신관련법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측면도 있 다.무엇보다폭발적인 통신시장을 잡기 위해 하드웨어 회사건 소프트웨어 업체건 새 기업을 세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컴퓨터 어소시에이츠사의 산제이 쿠마르사장은 이런 현상을 『기업을 세우느냐,사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최근의 합병바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뭔가 독립적인 것을 찾는 전통적인 기업가들의 꿈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다.라자드프레레스사의 마이클 프라이스 전무는 『기업가정신이 합병을 통한기업통합 추세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한다 .
기술이 쉴새 없이 변하고 기술관련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현상 속에서 합병붐은 끝이 없을 것 같다.합병을 단행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기업을 공개한지 얼마 안된 회사가 다른기업에 먹히고 만다.지난해 5월 기업을 공개한 UU네트기술사는이번 주에 20억달러에 다른 기업에 넘어갔다.
컴퓨터 어소시에이츠사나 스리콤사.시스코 시스템사와 같은 회사들도 전략상 M&A를 활발하게 구사하고 있다.최근 경쟁사인 스트라타 콤사를 40억달러에 인수한 시스코사는 올해 6~8건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다.
『기업들마다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엔첨단업체들간 합병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돼 있었다』고 DMG테크놀로지사의 최고경영자 프랭크 퀀트론은 말한다.그러나 근래컴퓨터와 통신 관련기술이 개방되면서 합병에 별 어려움이 없다는것이다. 기업을 인수하고자 할 경우 주가가 높은 회사가 단연 유리하다.지난해 기업을 공개한 직후 주가가 치솟은 네트스케이프사의 경우 콜래브라 소프트웨어사를 1억8천5백만달러에 쉽게 인수했다. 일부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경우 자신들보다 큰 기업중 확실한 브랜드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에 스스로 다가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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