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明 살인 '뒤바뀐 眞犯' 모녀 유치장 상봉 통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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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늙고 병든 어머니를 변변히 모시지도 못했는데 차마 감옥에 보낼 수 없었습니다.』 『자식이 에미를 대신해 누명을 덮어쓰고교도소에 간 이후 한시도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 마음이 편안하구나….』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2시.남편에게 폭행당하고 사는 딸의 슬픈 인생을 지켜보다 못해 사위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상희(李相姬.72)할머니와 딸 정미숙(丁美淑.
42)씨가 만난 경기도 광명경찰서 형사계.남편이 살해되자 어머니 대신 자신이 범인임을 주장했던 丁씨는 죄수복을 입고 초췌한모습으로 형사계사무실로 들어서는 어머니 가슴에 안겨 오열을 터뜨렸다. 『남편의 이유없는 폭력에 온몸이 멍들어 목욕탕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떡해서든 살아보려 했습니다.』 丁씨는 그러나 짐승같은 남편의 폭력에 지쳐지난 94년 12월 도주를 선택해야 했다.이후 丁씨는 포장 마차를 운영하며 경기도시흥시신천동 4평규모의 무허가 판잣집에서 어머니.아들과 함께 살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李씨 모녀의 짧은 행복은 95년 3월 남편 吳씨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깨졌다.
吳씨는 여전히 폭력을 휘둘렀고 이를 보다못한 어머니는 흉기로吳씨를 찔러 숨지게했다.
그러나 사고직후 딸 丁씨는 곧바로 자신이 『짐승을 죽였다』며어머니를 대신해 경찰에 허위자수해 17일 구속됐으나 어머니가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딸의 손에 채워졌던 수갑은 어머니의 손에채워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에미는 오직 네가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유치장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딸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정은 취재진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편 YWCA를 비롯,가정법률상담소.여성의 전화등 경기도내 4개 여성단체는 7일 구속된 李씨를 위해 가두서명운동등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광명=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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