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 상영작] 취미가 '잠자기'인 24세 청년 외출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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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 ★★★(만점 ★ 5개)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주연 : 오다기리 조.아사노 다다노부
등급 : 12세 장르 : 드라마
홈페이지 : (http://brightfuture.cine21.co.kr)
20자평 :'큐어'의 공포를 잊고 '밝은 미래'의 감흥에 젖어 보자.

'밝은 미래'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스물네 살의 청년 니무라 유지. 도무지 꿈이 없어 보이는 젊은이다. 취미는 '잠자기' 정도랄까. 하나 있는 여동생은 오빠에게 결혼할 남자를 소개해 주면서도 "제발 옷 좀 제대로 입고 나오지"라고 잔소리할 정도로 미성숙한 그다. 그런데 무슨 미래가 밝다는 것인가.

영화에는 주인공들이 키우는 해파리가 등장한다. 해파리는 바로 미래를 상징한다. 보기에는 분홍빛을 띠며 아름답지만 손으로 건드리면 독을 뿜어내는 해파리. 공포 영화'큐어'의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는 젊음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발휘한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며 미래를 약속하는 기성 세대의 무책임함과 그 미래의 모습이란 맹독을 품은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파리와 해파리를 키우는 청년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유지는 세탁 공장 임시직으로 취직한다. 그 곳에서 세 살 많은 마모루와 친해지는데 마모루는 무슨 일이든 결정 못하는 유지에게 '기다려라''가라'는 손 사인을 만들어 지시를 한다. 유지는 그런 마모루에게 더욱 의지하게 된다. 그런데 두 청년의 우정 이야기 같던 영화는 마모루가 기성 세대의 미운 구석을 총집결해놓은 듯한 세탁 공장 사장 부부를 살해하면서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드라마로 도약한다. 유지가 중고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가난한 마모루의 아버지와 함께 살게되면서 새로운 부자 관계로 맺어지고, 마모루가 넘겨준 해파리가 새끼를 쳐서 강을 가득 메우며 바다로 향해 나가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청년들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미끼로 그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려던 세탁 공장 사장 같은 '아버지'는 없앴지만, 보잘 것 없지만 진실한 마모루의 아버지에게는 마음을 연다. 그렇다면 바다로 떼지어 가던 해파리는 또 무슨 의미일까. 미래란 누구도 알 수 없듯 그 장면 또한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한편 소박하게 살던 부부가 한순간 품은 욕심 때문에 악몽에 휩싸이게 된다는 기요시의 또 다른 작품 '강령'도 함께 개봉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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