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기조절 능력 키우게 바른 정보 제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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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4회 유엔세계여성대회 실무위원회에선 10대들의 성(性)생활 문제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유럽 국가들은 『청소년들도 성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교육을 통해 성관련 장애요인을 철폐하자』고 주장한 반면 교황청및 이슬람 국가들은 『청소년들의 성적 방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성교육 확대실시에 반대했다.나흘간의 논쟁끝에 양측은 주장을 절충,청소년들이 성을 누릴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부모의 교육의무를 명시하는 내용의 행동강령(보건분과)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문제는 어떤 목적으로,또 어떤내용으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인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육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문화나 현상보다 근본적으로 그들의 내면세계와발달과정을 살펴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청소년들의 성문화는크게 극단적인 두가지 양상으로 표출된다.의식적 이든 무의식적이든 성에 대해 침묵하고 억압하거나 반대로 「배설적」인 성욕구를추구하게 된다.전자의 경우 솟아오르는 호기심과 충동을 억누르며죄책감과 불안을 느끼며 생활한다.
반대로 후자는 정서적인 불안감.외로움.불만족을 성행위로 달래려고 시도,「성적 상품」으로 추락하거나 타락한 성생활을 흉내내기도 한다.동료들간의 매매춘이나 동성간 성행위 등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여기엔 입시위주의 교육과 퇴폐.향락적인 기성세대의 성문화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의 성교육은 단순히 성욕구 억압.성문제 예방 등의 소극적인 차원에서 탈피해야 한다.청소년들을 성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자연스러운 이성과의 교제를 유도,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심리적 유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 아야 할 때다.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의 성충동과 욕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YMCA 청소년상담실장)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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