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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의 유혹 … 메달 따고도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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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김정수의 소변 샘플에서 베타 차단제(beta-blocker)의 일종인 프로프라놀롤 양성반응이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김정수는 메달을 박탈당했으며, 이번 대회에서 축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0m 권총 은메달은 3위에 올랐던 중국 탄쭝량이, 공기권총 동메달은 미국의 제이슨 터너가 가져가게 됐다.


◇무슨 약물인가=김정수가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베타차단제는 고혈압·부정맥 등 심장질환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 신경안정제 성분이기 때문에 냉정함이 요구되는 경기에서는 효과가 있다.

일반 종목에서 베타 차단제는 금지 약물이 아니지만 양궁·컬링·체조·사격·스키·레슬링 등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경기에서는 복용해선 안 되는 약물이다. 특히 사격과 양궁의 경우 경기와 훈련은 물론 경기 외 기간에도 사용할 수 없는 절대 금지 약물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치료 목적으로 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격과 양궁에선 치료용으로 복용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사격 선수가 이를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에겐 불복 절차가 남아 있다. 샘플 두 개 중 양성반응이 나온 샘플 이외의 다른 샘플에 대해 검사를 요청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B샘플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KADA 김건열 위원장은 “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더라도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물질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는 사례가 있지만 베타 차단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정수는 국제사격연맹(ISSF)으로부터 복용량과 고의성 여부에 따라 자격 중지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연되는 도핑=베이징 올림픽에서 도핑 양성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페인 여자 사이클의 마리아 이사벨 모레노가 금지 약물 반응 검사에서 에리스로포이에틴(EPO·조혈세포 성장인자) 양성반응을 보여 짐을 쌌다. 러시아 육상 여자 800m 금메달 후보 옐레나 소볼레바 등 7명이 도핑 테스트를 위한 혈액을 바꿔 치기 한 혐의가 드러나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하는 등 베이징 올림픽도 도핑 스캔들로 들끓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역도 강자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불참한 것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4500여 차례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선수들도 약물 검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ADA는 지난해 전국체전에 참가한 328명을 대상으로 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수영과 역도에서 세 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약물은 크게 세 가지다. 근육강화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선수의 산소 운반 강화제, 그리고 신경 관련 약물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금지약물을 비타민처럼 장복했던 60년대 동구선수들 중 상당수가 30-40 대에 사망했다. 97년에도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혼수 상태에 빠졌으며 86년 유럽 여자 투포환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하이디 크리거는 남성 호르몬을 지나치게 복용한 탓에 여성성을 잃고 아예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전문가들은 도핑이 약물을 복용하는 단계를 넘어 최근엔 유전자나 세포를 주입하는 ‘유전자 도핑’으로 진화 중이라고 경고했다.

성호준·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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