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MD 기지 ‘미국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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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폴란드 MD 협상 타결=AP 통신 등은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이틀간의 협상 끝에 미국이 폴란드에 MD 기지를 건설하고, 그 대가로 대규모 군사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사전 협정에 양국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가 제3국으로부터 공격 받을 경우 미국이 곧바로 개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위협을 우려해 온 폴란드를 미국이 배려한 조항이었다. 미국은 지난달 체코와 MD 시스템 운용을 위한 레이더 기지 설치 협정을 체결한 지 한 달여 만에 폴란드와의 협상도 성공시켜 동유럽 MD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폴란드와의 협상은 계속 난항을 겪어 왔다. 미국의 MD 시스템을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목표가 될 것을 두려워한 폴란드가 20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폴란드의 무리한 요구에 고민했다. 그러나 그루지야 전쟁과 함께 옛 소련권에서의 종주권을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자 미국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폴란드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냉전으로 가나=폴란드와 체코는 공산권이 무너지기 전인 1980년대 말까지 옛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그러나 소련 패망 이후 친서방 노선을 걷기 시작해 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했고, 2004년 유럽연합(EU)에도 들어갔다. 양국에 MD 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은 나토 동진과 함께 러시아를 자극해 온 최대 이슈다.

MD 기지 건설 합의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아나톨리 노고비친(중장) 부참모장은 15일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누가, 어떻게 보복 당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러시아가 미국의 MD 기지를 설치한 유럽 내 어느 곳이든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폴란드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진 뒤 예정됐던 폴란드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미국과 체코가 레이더 기지 건설에 합의한 후 “미국의 MD 시스템이 실제로 우리 국경 근처에 배치된다면 외교적 방식이 아니라 군사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MD 시스템이 자국의 핵 전력 약화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러시아 정치인은 미국의 MD 계획에 맞서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이웃 벨로루시에 핵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냉전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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