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 칼럼

동기 유발하는 침팬지의 새끼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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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이는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지나친 교육열은 사교육비 문제, 입시 과열, 조기유학 문제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해법은 없는 것일까?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침팬지 어미의 새끼 교육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침팬지의 경우 교육 기간은 5~15년 정도로 인간을 제외하고는 동물 중 가장 길다. 이 기간 동안 어미에게서 새끼가 어떻게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서 생존 확률이 높아지며, 무리에서의 서열 또한 높아질 수 있다. 침팬지 암컷은 생후 약 10~13년 정도 지나면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한다. 또한 새끼는 평균적으로 6년마다 한 마리씩 낳는다. 그래서 생후 약 5년의 기간은 새끼가 전적으로 어미에게 의존하는 기간이며, 새끼 침팬지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그렇다면 침팬지의 교육 방법은 어떠할까? 어미 침팬지는 새끼에게 강제로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는다.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새끼가 배워야 할 것을 곁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예로 딱딱한 견과류를 돌을 이용해 부수어 먹는 기술을 가진 아프리카 침팬지 무리의 교육 방식을 들 수 있다. 이 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받침돌과 망치 돌의 선택, 그리고 망치 돌을 때리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어미 침팬지는 새끼에게 어떤 돌이 받침돌로 좋고, 망치 돌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단지 새끼 침팬지를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최고의 기술자인 자신이 깨는 맛있는 견과류를 먹게끔 해준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면 새끼는 맛있는 견과류를 스스로 먹기 위해 어미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 하지만 돌의 선택과 정확한 내려치기가 필요한 그 기술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할 것 같은 이 기술을 새끼가 완전히 습득하는 데는 처음 시도 이후 약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맛있는 견과류의 유혹이 지루하고 힘든 훈련을 스스로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고, 숙련된 어미 침팬지의 시범은 기술의 완성도를 증대시켜 주게 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고아 침팬지들은 이 기술을 익히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기술의 숙련도와 활용도 또한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이들은 무리에서의 서열도 매우 낮으며, 성숙해 어른이 되었을 때도 낮은 서열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험실에서 사육 중인 침팬지의 경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 마쓰자와 교수팀은 침팬지의 인지 능력을 실험하던 중, 새끼 침팬지 ‘아유무’의 탁월한 한자 인지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유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아유무가 아주 어릴 때 어미인 ‘아이’가 유사한 한자 인지 능력 실험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아유무는 어릴 때부터 ‘아이’가 참가한 한자 인지 능력 실험을 지켜보면서, 많은 한자를 미리 접할 수 있었다. 또한 한자를 많이 알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자를 익힐 수 있었고, 결국 또래의 새끼 침팬지보다 많은 한자를 빠르게 익혀 천재 침팬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침팬지의 교육 방식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 유발과 훌륭한 스승이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침팬지의 어미는 최상의 효과를 발휘하게 도와주며, 생존하는 법을 알려준다. 올바른 자식 교육의 길을 찾아 노력하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침팬지의 교육 방식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