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민노당 첫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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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1일 국회 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을 찾았다. 오른쪽부터 李부총리, 권영길 민노당대표, 천영세 국회의원 당선자, 단병호·노회찬 당선자. [오종택 기자]

"부총리는 당적이 있으신가요."(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없습니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당적이 있으면 (부총리직을)교대하면서 하자고 하려 했더니…."(權대표)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대표실에서 처음으로 만난 權대표와 李부총재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화두는 노동문제였다. 李부총리는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민노당 측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

李부총리는 "원내 진출도 했으니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權대표는 현재의 노사정위를 '정부와 기업의 들러리'로 규정했다. 그는 "노사정위에서 합의해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이 많다"며 "노사정위의 성격이 규명 안 되면 노사정위 참여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민노당에 앞서 한나라당을 들렀던 李부총리는 박근혜 대표에게서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중시한다고 말은 하는데 행동이 안 따르니 못 믿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병호 국회의원 당선자는 비정규직 보호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직 보호 입법은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등 문제가 많으니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선거 전에 공공부문 10만명의 정규직화 논의가 나왔는데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나서야 민간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李부총리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부 발표가 아니고 논의 과정에서 나간 것"이라고 해명하자 段당선자는 "어쨌든 국민은 정부 발표로 믿는다"고 말했다.

李부총리는 "각자 서 있는 입장이 있다. 부총리로서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겠다. 같이 검토해 가자"고 말하는 수준에서 넘어갔다.

민생 살리기에 대해선 모두 공감했다. 權대표는 "민노당은 열린 마음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개원 전에 탄핵.파병 등 문제를 털고 서민들의 경제생활을 우선 해결하자"고 말했다. 李부총리는 "방법론과 선후 차이는 있겠지만 지혜와 힘을 모아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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