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시위 주동 류강 미국으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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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9년 천안문 사태때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강(劉剛.34)이 중국을 탈출,지난 1일 미국에 도착해 체류허가를 받았다.
劉는 보스턴 친구집에 머물면서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시위 주도혐의로 6년형을 살다 지난해 6월 석방된 劉는 공안당국의 철통같은 감시를 뚫고 지난달 27일 홍콩 비밀 지하조직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劉의 탈출에 홍콩 조직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홍콩 인권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천안문사태 이후 홍콩에 있는 인권운동가와 서방 외교관.사업가.밀수꾼.트라이어드(三合會.범죄단)까지 낀 지하 조직은 지금까지 약 5백명의 중국 민주인사들을 미국 등 서방으로 탈출시켰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는 중국이 작성한 입국 거부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49명과 한둥팡(韓東方).청카이(程凱) 등 모두 80여명선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홍콩 반환이 1년여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다시 홍콩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들의 제3국행이 쉽지 않다. 천안문사태 직후만 해도 미국.프랑스 등 서방 세계에서는앞다퉈 이들을 받아들였다.최근에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망명신청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다.차이링(柴玲)등 저명한 중국 반체제 인사는 이미 망명을 끝냈고 지금은 지명도가 처지는 인사들만 남아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들을 돕는 공개.비공개 조직들도 와해되고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천안문사태 촛불 집회도 내년에는어려울 것 같다.
공개조직인 지련회(支聯會)의 장원광(張文光)상임위원장은 『97년 이후엔 반란선동 혐의로 해체될 것이 뻔하다』고 말한다.
이 단체는 5백만 홍콩달러(약 5억원)의 기금을 앞으로 제3국 은행에 예치,반체제인사의 탈출을 돕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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