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얼굴을한정보사회>1.국내 전문가들이 본 정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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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 정보화의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가운데 정보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네티즌」의 육성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중요한 과제중 하나이기도 하다.중앙일보사와 한백 연구재단(이사장 李彰雨)이 함께 마련한 연중기획 「지상포럼: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사회」는 중앙일보사가 펼치고 있는 학교정보화(IIE)운동의 취지이기도 한 정보사회의 건전한 시민정신의 발현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지상포럼 첫 회는 델 파이기법을 통해 국내 미래 예측전문가 50명이 보는 정보사회의 모습과 정보화가 몰고올사회의 변화상을 조명해보는 특집이다.
[편집자註] 우리나라의 학문을 숭상하는 전통과 높은 교육열이정보를 생산.분배.유통.소비하는 정보생활의 질적 향상에 결정적역할을 하고 있어 정보화의 핵심적인 역할은 학교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로 나타 났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인터네트를 보급하기 위해 본사가 추진중인 학교정보화(IIE)운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질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계기가 되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것을 세계 문화권의 중심으로 진입시키려는 「문화민족주의」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델파이기법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지난 60~70년대 산업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높은 교육열이 정보사회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하고,학생들이 정보사회에 꼭 필요한 적응력과 순발력을 기르는데 이같은 교육열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정보화가 세대간단절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절반이 넘는 56%의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긴다는 것에 공감을 표했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PC를 가지고 있지 못한 현실을 비관,자살한 경우를 두고 한백연구재단측은 『기성계층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반면 학생들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정보매체의 소유의지가 세대에 따 라 차이가 큰 탓』이라고 설명했다.응답자의 68%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고 『언론인.지식인을 중심으로 지금의 정보체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의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 설문에서는 그밖에도 정보화와 관료조직의 관계,정보화와 연고주의,정보화와 노동의 강도(强度)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리돼 주목된다.
◇정보화는 관료조직을 약화시킨다 응답자의 44%가 정보화가 관료조직을 약화시킨다는데 동의했다.정보화는 조직을 신속하고 탄력적인 형태로 탈바꿈시킨다.필요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형태로 만들어둬 필요하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이는 소수가 독점해오던 지식.정보 .노하우를 모든 조직원이 골고루 향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특히 「하의상달」식 수직적 명령체계가 정보분산화로 수평적 협력체계로 바뀌면서 관료조직의 와해는 가속화된다는 것.이 과정에서 조직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됨은 물론이다. ◇정보통신망이 연고주의를 대체한다 응답자의 64%가 정보통신망의 활성화가 연고주의를 타파할 것으로 내다봤다.혈연.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 핵심은 폐쇄성으로 개방성을 지향하는 정보화는폐쇄성과 상극(相剋)관계다.정보통신망은 공간적 거리를 무시하고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하며 학력에 상관없이 최신 정보를 받아보게 도와준다.PC통신안의 동호회나 모임 등은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보화는 노동강도를 더욱 높인다.
30%의 응답자가 정보화가 오히려 노동강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지금의 근로자들은 무선호출기나 휴대폰이 업무를 보다 쉽고 편하게 처리하도록 했지만 자신에 대한 통제를 강화,노동강도가 오히려 세졌다고 말한다.첨단 정보통신기술은 개 인을 감시하는 효과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았다.

<정리=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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