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극약처방에도 부동산 값 왜 못잡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10.29 부동산 안정대책 실시 이후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집값이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미뤄졌던 주택거래신고제를 서울 강남.강동.송파구와 분당 지역에서 이달 26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되는 지역에서는 취득.등록세가 3배 이상 오르고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됨에 따라 당분간 주택거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주택거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을 내리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는 투기단속반이나 국세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과열현상을 보였던 용산 시티파크의 분양열풍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부동자금이 유독 아파트로만 몰리는 원인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는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아파트의 공급이 수요보다 모자란다는, 또는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수익이 예상되는 곳에 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규제를 통해 막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이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돼 분양에 따른 프리미엄이 없어질 것이라고 국민이 믿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정공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을 포함한 주택공급 정책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자금의 흐름을 부동산이 아닌 기업투자 쪽으로 바꾸기 위한 거시적인 경제정책의 병행도 시급하다. 집값.땅값의 안정을 부동산 대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수도 이전을 기대한 충청권의 땅값 오름세나 수도권 전역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및 오피스텔 분양열풍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통한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원칙에 입각한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