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엿보기] 동네 화장품 가게 문닫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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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화장품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경기불황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저가 화장품들의 약진입니다. '미샤'를 필두로 해서 '도도클럽''페이스샵' 등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네 화장품 전문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화장품 전문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인닷컴(www.yeoin.com).체리야닷컴(www.cherrya.com).플러스1000(www.plus1000.co.kr) 등은 대표적인 화장품 전문 쇼핑몰입니다. 여인닷컴은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에 달하고 체리야닷컴도 공격적인 광고를 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 업계 1위였던 LG이숍(www.lgeshop.com)을 누르고 승승장구하는 것도 화장품 판매를 강화하면서 부터입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부터 화장품을 무료 배송하고 75% 상설할인 코너를 운영하면서 여성 고객 모으기에 성공했습니다. 2002년 40억원이던 화장품 매출액이 지난해 26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한답니다.

이에 질세라 LG이숍은 지난 19일부터 화장품 판매를 강화했습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8000여 품목의 가격을 최고 70%까지 인하해 판매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이 이렇게 화장품을 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전문점의 부진과 연관이 있습니다. 전문점들이 팔다 남은 재고품을 인터넷 쇼핑몰에 싼 값에 넘기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에 써있는 화장품 가격을 점점 더 믿지 못하게 돼버렸습니다. 전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지 않는 외국산 화장품들만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조업체들은 유통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가격파괴 현상을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유통망 다변화는 결국 화장품의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질 좋고 적정한 가격의 제품만 살아남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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