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3인 회동 장을병대표체제 일단합의-민주당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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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복잡하다.당선자들은 당선자대로,낙선자는 낙선자대로 불안하다.당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이들을 방황하게 하고 있다.이규택(李揆澤)의원이 탈당하고 당사로 찾아온 최욱철(崔旭澈)의원은 당지도부를 성토했다.『당선자들이 빠져나가는데 당 지도부는 싸움질만 하는 형국이니….』그러는 崔의원 역시 여당의 끈질긴 영입 유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물론 개선노력이 보이기도 한다.이기택(李基澤)고문과 김원기(金元基).장을병(張乙炳)공동대표는 30일 당사에서 만나 한가지사실에 의견이 일치했다.『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당은 망한다.
』그래서 최단시일내에 전당대회를 소집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李고문은 『당권에 욕심이 없다.張대표를 단독대표로 해 수습에 나서자』고 제안했다고 한다.金대표도 동의해▶최단시일내 전당대회를 개최하고▶전당대회까지 張대표가 모든 당무를 집행하며▶대표가 당선자들을 초청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고 합의했다.만시지탄이 있는 의견일치였다.
민주당은 일단 李의원 외에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전국구 당선자 6명은 당직 이탈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있다. 장을병.제정구(諸廷坵).이부영(李富榮)당선자는 명색이 핵심 당직자.따라서 나머지 5명이 문제인데 이들도 현재까지는 「잔류」를 선언하고 있다.
이규정(李圭正)당선자는 『끝까지 당 재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권기술(權琪述).최욱철.권오을(權五乙)당선자도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다만 황규선(黃圭宣)당선자는 『개원 전까지는 당 수습에 힘쓰겠다』고 꼬리를 달고 있다.
불씨는 다른데 숨어있다.전당대회 합의에도 불구하고 李고문은 張대표를 중심으로 체제 정비를 희망하는 것같다.그러나 李최고위원등 개혁그룹의 생각은 다르다.박계동(朴啓東)의원측은『초선이 어떻게 당대표가 되느냐』고 반발한다.
낙선자들의 좌절감은 더욱 깊다.더구나 「스타군단」의 몰락이어서 충격이 크다.노무현(盧武鉉)위원장은 정치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변호사업무 재개를 준비중인 盧위원장은 『지역할거주의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뜻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 라고 진단한다.『원내교섭단체구성도 힘들고 별다른 장외대책도 없다』고 우울하게 진단했다.
성북갑에서 낙선한 이철(李哲)의원은 『쉬고싶다』고 말했다.李의원은 당분간 미국이나 독일의 대학에서 복지.통일문제를 공부해보고 싶다고 한다.李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원혜영(元惠榮)의원은 『계 속 목표를 추구해나갈지,아니면 그만둘 것인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정치권에 남겠다는 사람들도 회의감은 마찬가지 같다.
부산에서 낙선한 김정길(金正吉)최고위원은 당사에 얼굴을 보이지않는다.『아무리 중앙당에서 열심히 일 해도 누가 알아주더냐』는이유다.최근 지역구에 아파트를 구입한 그는 5월중 서울에 있는가족을 귀향시킬 예정이다.
김종혁.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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