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시청앞 '서울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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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 이름은
켄터키 블루그래스
(kenturky Bluegrass).

서양에서 건너와
양잔디라고도 하고
둘둘 말아 옮길 수 있어
'롤 잔디'라고도 해요.

경기도 여주 부모님을 떠나
서울시청 앞'서울광장'으로
4월 3일에 이사왔지요.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고
튼튼해지라고
보약도 먹었지요.

근데 걱정이에요.
뒤꿈치 들고 살살 걸으며
보살펴 주던 아저씨들이
5월 1일부터는
저를 맘껏 밟으라고
광장 문을 연대요.

세상 많이 변했지요.
'잔디를 보호합시다'팻말 대신
밟으라는 잔디 광장이니.

서울 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이래요.

촛불집회나 대규모 시위
축구.골프 연습은 사절,
노숙자도 안돼요.

저희는 두려워요.
한달 보름은 지나야
뿌리가 튼튼하게 붙는데
아저씨들은 '빨리 빨리'
서두르는군요.

5월 1일 개막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에
맞춘다나요.

수만명이 몰려와
밤새도록 밟을 텐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서울시는 5월 1일부터 시청앞 '서울광장'을 개방한다. 잔디 2000평은 훼손되는 대로 땜질할 계획이다. 잔디값은 평당 6만2000원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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