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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식의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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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베이징(北京)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가 있다. 옛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의 이름을 따서 지은 장안대가(長安大街)다. 이 도로는 묘한 특색이 있다. 입체교차로가 거의 없어 옆길로 빠지기 힘들다. 도로 옆에 차를 세우지도 못한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차를 댈 수 있다. 가끔 이곳으로 중국 지도자나 외국 귀빈이 지나간다. 한두 차로를 모두 폐쇄하는 것은 다반사다. 높은 사람이 지나가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불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상징인 천안문과 지도자들이 모여 사는 중남해(中南海)의 원활한 교통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은 희생해도 된다는 의식이 엿보인다. 뚜렷한 목표 아래 펼쳐지는 일사불란한 통제. 장안대가가 보여주는 가장 큰 특색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이렇게 치러지고 있다. 올림픽을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된다. 베이징이라는 도시는 불과 1년 전의 모습과도 많이 달라졌다. 시 동쪽에 있는 량마허(亮馬河)라는 하천은 더러운 물이 늘 고여 있는 곳이었다. 냄새도 심해서 가능하면 이 하천 옆을 지나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림픽이 이 하천의 모습도 바꿨다. 깨끗한 물이 넘치고 수초가 자라는 생태적 환경을 갖춘 곳으로 환골탈태했다. 2001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이후 중국이 하루 평균 2억 위안(약 300억원)을 쏟아 부은 결과 중의 하나다.

개막식에서 연출된 90개 국가 정상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9명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정장을 차려입고서도 시원한 모습으로 개막식을 관람했다. 그에 비해 이들 뒤쪽에 궁색하게 몰려 앉은 외국 정상들은 부채질까지 하면서 더위를 물려야 했다. 조금 심한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옛 중국의 황제에게 외국 정상들이 조공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말한다.

모든 게 중국식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막고 통제하는 장안대가의 사고방식이나, 올림픽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시의 외관을 바꿔버린 행정방식은 동일하다. 동양문명의 대표라는 의식 아래 외국 정상을 개막식에 불러들여 한구석에 몰아 앉히는 자신감도 앞으로 우리가 계속 지켜봐야 할 중국 방식이다.

차이나 스탠더드, 즉 중국식 표준이자 그 방식이다. 이로써 치러지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 여부는 그러나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량마허의 물이 계속 깨끗함을 유지하는지, 장안대가에 담긴 통제성이 어떻게 민심을 보듬는지를 보고서야 이 올림픽이 성공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게다.

베이징=유광종 국제부문 차장